법무부가 2018년 5월에 입법예고한 스토킹처벌법이 일부 수정을 거쳐 지난 11월 27일 다시 입법예고됐다. 무엇이 달라졌고, 왜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을까.
2년 전 입법예고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경찰 권한 확대다. 스토킹처벌법에서 피해자 보호조치는 응급조치와 잠정조치로 나뉜다. 응급조치는 현장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다. 잠정조치는 검사와 판사를 거쳐야 할 수 있는 조치다. 검사가 직권 혹은 경찰의 신청에 의해 법원에 청구하면 판사가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영장 발부 절차와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수정된 입법예고안은 바로 이 잠정조치에 있던 일부를 응급조치로 이동했다. ▲피해자나 그 주거 등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이다. 이때 경찰서장은 검사를 거치지 않고 판사의 승인을 받아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판사의 승인을 받을 수 없을 때는 직권으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신 잠정조치에는 스토킹 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을 때는 행위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제8조 4). 검찰 권한 일부가 경찰로 넘어가고 대신에 검사가 권한을 가지는 잠정조치 부분에 구치소 유치 부분이 추가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적절하게 권한이 분배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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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의 ‘부처 간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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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안에서 수정된 부분은 지난 2년 반 동안 스토킹처벌법이 왜 통과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2018년 당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에 규정과 더불어 ‘부처 간 이견’을 이유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는데 ‘부처 간 이견’이 검찰과 경찰의 권한 문제였던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국회 관계자는 “법무부가 강행하려 하면 경찰 쪽에서 발목을 잡았다. 경찰은 스토킹법을 시작으로 가정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에서의 임시조치도 바꾸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동시에 법무부도 영장주의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일부가 경찰 권한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 12월 기준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은 총 7건이고, 이중 3건이 경찰 공무원 출신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됐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황운하·임호선 민주당 의원이다.
이중에서도 황운하 의원 안은 잠정조치에 대해 판사가 아닌 경찰서장이 ▲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긴급 잠정조치 시에도 사법경찰 직권 또는 피해자가 신청하면 서장이 보호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황운하 의원실 관계자는 “스토킹은 그 순간순간이 위험한 범죄다. 절차가 간소화되면 현장에서 더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더 큰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잦다. 경찰 권한의 확대라기보다는 피해자 입장에서 신속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스토킹 범죄는 초기 개입이 중요한데, 경찰이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된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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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 부분 반드시 삭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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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18년 입법예고안이 통과됐더라면 상당한 범죄를 예방하거나 처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하반기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에 신고된 스토킹 범죄는 1만996건이다. 하루 14.9건이 발생한 셈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응급조치·잠정조치 권한을 어디가 주도적으로 가져갈 것인가, 문제로 2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고 생각하면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이 변했지만,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스토킹에 대한 정의가 대표적이다. 2018년과 올해 입법예고안은 모두 스토킹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연락을 취하는 행위 ▲물건을 도달하게 하거나 물건 등을 두는 행위로 한정한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 관계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부분은 반의사불벌죄로 간주되기 쉽다”며 “스토킹 범죄는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라고 협박하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취하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도 “반의사불벌죄 부분은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행위를 열거한 것에 대해 “형사처벌되는 행위를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명확성 원칙을 충족시킬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스토킹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하는 경우, 열거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토킹처벌법이 다시 입법예고 되긴 했지만 논의되어야 할 부분은 적지 않아 보인다. 스토킹의 정의는 물론 피해자 보호도 더 얘기되어야 한다. 발의된 법안 중 남인순·정춘숙 의원 법안만 피해자 보호명령, 신변 안전조치, 피해자 지원 등 피해자 보호 내용을 담고 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보호가 함께 가야 하는데 지금은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스토킹은 재범의 우려가 높고 범행 수위도 점점 높아진다.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도 “피해자가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신고해봤자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느끼는 것과 수사기관이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직접 사법기관에 신변보호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2년이 지나 다시 정부안이 나왔지만 스토킹의 정의 및 피해자 범위가 협소하며, 제대로 피해자 지원이 될 것인지 우려된다”며 “이후 국회에서라도 이런 부분이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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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 기자 han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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