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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해운대고, 자사고 지위 유지…법원, 文정부 자사고 폐지 정책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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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7월, 해운대고교 학부모 200여명이 부산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결정에 반발해 교육청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해운대고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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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고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 10개 자사고가 유사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첫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자사고 폐지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교육부는 예정대로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 일괄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는 18일 해운대고의 학교법인인 동해학원이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부산시교육청이 자사고 운영 평가 기준과 지표를 신설하거나 변경해 해운대고에 소급 적용했다"며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이기에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운대고는 계속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해운대고는 지정취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자사고 지위를 한시적으로 유지하며 2021학년도에도 신입생을 뽑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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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교육정책분과 주최 '문재인 정부의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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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의 유일한 자사고인 해운대고는 지난해 6월 부산시교육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재지정 평가에서 54.5점을 받아 기준점수(70점) 미달로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고 교육부도 이에 동의했다. 해운대고는 "교육청이 평가지표를 2018년 12월 31일에 갑자기 공표해 평가 예측 가능성이 결여됐다"며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운대고의 승소는 다른 자사고들의 지정취소 관련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해운대고를 비롯해 경희·배제·세화고 등 서울 지역 8개 자사고와 안산 동산고 등 전국 10개 자사고가 지정취소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 중이다.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는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진보교육감의 횡포를 통제한 것"이라며 "소송을 진행 중인 서울과 경기지역 자사고도 같은 결론을 얻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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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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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로 계기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교육부는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오는 2025년 3월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정취소를 둘러싼 자사고의 행정소송 결과와는 별개로 예정된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별 자사고들이 행정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이는 해당 지정취소 건에만 영향을 미친다"며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예정대로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법원의 이번 판결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평등화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며 "결국 자사고의 운명은 다음 정권의 향방에 달리지 않았겠냐"고 덧붙였다.

김경미·남궁민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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