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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잘릴 위기 처한 덕수궁 돌담의 50년 버즘나무, 살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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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덕수궁 돌담과 나란히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 50년이 넘은 이 나무들이 서울시가 추진하는 세종대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에 의해 잘려나갈 위기를 맞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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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문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걸어가면 궁궐 담장과 나란히 줄지어 선 버즘나무(플라타너스, 나무 껍질 떨어진 자리가 피부 버즘 같다)를 만나게 된다. 모두 26그루인 이 나무들은 오랜 세월 서울 시민에게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었다. 이 버즘나무가 모두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다. 새 광화문광장을 조성 중인 서울시가 문화재 경관 및 세종대로 보행환경 개선에 맞춰 나무를 제거한 후 새로 조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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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세종대로 보행환경 개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덕수궁 담장 가까이 늘어선 플라타너스를 잘라내는 것이 최선일까.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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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나무들을 제거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나무가 기울어졌고, 썩어서 쓰러지면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뿌리 생장으로 덕수궁 담장이 훼손된다. ▶도로 쪽에 면한 은행나무를 심각하게 압박한다. ▶시민의 보행이 불편하다 등.

서울시는 이러한 이유로 나무 제거작업을 실시하려다 환경활동가 등의 항의로 작업을 일시 중단했으나,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다시 제거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민·전문가·기업·환경단체 등이 함께 시정을 자문·심의하는 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지난 4일 '덕수궁 옆 버즘나무 가로수 제거 중지 및 시민 공론화 요청' 의견서를 서울시에 전달한 상태다. 버즘나무의 운명은 곧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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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와 돌담 사이의 좁은 공간을 즐겨 걷는 시민도 간혹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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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 곁의 버즘나무는 1982년에 15년생을 심은 거로 추정된다. 38년 전이니까 나무들의 수령은 50년이 넘었다. 이 나무들은 도심 가로수로는 이례적으로 거대해 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열섬 저감에도 효과가 크다. 요즘 문제가 심각해진 미세먼지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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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 플라타너스를 사랑하는 시민이 아주 많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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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위 위원들은 서울시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시민들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을 관찰해 봐도 가로수 때문에 불편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무들이 담장에 가까이 붙어 있어 보도의 보행 공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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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겨울인데도 덕수궁 돌담의 플라타너스는 푸른 색을 잃지 않았다. 여름이면 폭염의 거리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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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위 위원들은 "한번 제거한 나무는 되살릴 수 없다"며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면 시민의 숙의와 공론화를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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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대한문.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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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의 플라타너스 행렬은 대한문 앞에서 시작된다. 이 나무들이 없어도 괜찮겠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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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 플라타너스 .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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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한문에 가장 가까운 버즘나무 두 그루에 나무 제거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걸려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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