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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함도' 유산 왜곡 여전…외교부 "약속 미이행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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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이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군함도’(端島·하시마)가 포함된 근대산업시설 유산 관련 보고서에서 ‘일본과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은 동일하게 가혹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제노역 역사를 제대로 알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치를 포함하도록 한 세계유산위원회 결정을 여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는 4일 일본 정부의 약속 미이행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일본 측과 계속 협의하고 국제사회에도 문제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지난 1일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된 근대산업시설 유산 관련 ‘해석 전략 이행현황보고서’에서 지난 6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 등 일본 정부가 취한 조치들을 보고했다. 이는 2015년 등재 당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가 결정문에서 일본에 산업유산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전략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 대표는 당시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를 보면 일본은 ‘한반도 등 노동자 관련 정보 수집’에 관한 부분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일본 노동자와 한반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똑같이 가혹한 환경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전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등 출신 노동자들의 강제노역 사실을 적시하기보다는, 일본과 한국 노동자 모두 피해를 당했다는 식으로 역사적 사실을 뭉뚱그린 것이다. 또한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와 같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 전략에 포함하겠다’고 한 일본의 등재 당시 약속과도 배치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제노역자에 관한 정의 자체가 일본 대표의 당시 발언과 정반대로 왜곡됐다”며 “강제노역에 대한 피해자 증언이나 언론보도에 대한 가시적 전시도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산업유산정보센터에 희생자를 기념하는 조치가 전무하고, 일본의 어두운 역사에 대한 부분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 일본은 국제전문가의 해석 감사, 국제 모범사례 자문 등을 거쳤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피해 당사국인 한국측 전문가는 이 과정에 빠졌다. 일본은 또 ‘당사국간 지속적인 대화’를 권고한 세계유산위원회 결정과 달리 한국 정부와도 협의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에 협의하자는 제안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등재 당시 약속과 세계유산위원회 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유네스코와 세계유산위원회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본이 산업유산정보센터에 ‘균형감 있는 전시’에 갖추도록 일본 측과 협의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네스코 규정상 회원국의 약속 이행을 강제할 만한 조치가 없다는 점에서 일본의 강제노역 역사 왜곡을 시정할 만한 마땅한 압박 수단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월 유네스코 측에 보낸 서한에서 ‘등재 취소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유네스코는 해석전략 미이행에 따른 등재 취소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유네스코, ‘약속 미이행’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산 등재 철회 요청에…에둘러 ‘안 돼’

경향신문

일본이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일본 노동자와 한반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똑같이 가혹한 환경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전시 중이다”(하이라이트한 부분)는 내용이 적혀 있다. 2015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 대표는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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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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