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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되레 후퇴한 추도사… 日, 사죄·강제노동 언급도 없었다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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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참배 극우인사 보낸 日
韓정부·피해 유족 불참에 "유감"
韓, 조선인 기숙사터서 별도 추도식


파이낸셜뉴스

지난 7월 촬영된 사도광산 내부 중 에도시대 흔적이 남은 '소다유코'. 광산 내부는 '소다유코'와 근현대 유산인 '도유코'로 나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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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추도식이 첫 개최부터 파행됐다. 일본 정부가 대표 참석자로 야스쿠니신사 참배 전력이 있는 인사를 보낸 데다 추도사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때 내놓은 입장보다도 후퇴한 내용에 그치면서다. 24일 일본 사도시에서 개최된 추도식에서 '강제동원' 등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의 표현은 없었다.

이를 두고 한일 관계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측에서 유감을 표하며 도리어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서다. 야권에선 윤석열 정부를 '매국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일 과거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4일 외교부에 따르면,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나가타현 사도섬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추도식을 개최했지만 우리 정부와 강제노동 피해자 유족들은 불참했고, 25일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터에서 별도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우리 측이 전격 불참하게 된 계기는 일본 중앙정부가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을 대표 참석자로 보내기로 한 결정이다. 정무관이 차관급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고위직 참석 요구가 반영된 것이지만 문제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과거 행보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지난 2022년 참의원 당선 직후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피해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에게 고개를 숙인 인사가 참석하는 건 피해자 유족은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구나 이쿠이나 정무관은 선거 과정에서 한일 과거사 갈등에 대해 우리나라가 더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일본 측은 이쿠이나 정무관 참석 결정을 추도식이 열리기 불과 이틀 전에 통보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참석자 결정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지만,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인사를 선정한 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기다 예민한 사안인 추도사 내용 협의도 마치지 않은 가운데 통보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실제로 이쿠이나 정무관의 이날 추도사 내용에도 우리나라가 요구하는 강제성 인정과 사죄는 담기지 않았고, 제3자 입장에서 안타깝다는 의미로 읽히는 표현만 내놨다.

추도사는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기초해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이 포함돼 있었다"며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 종전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지만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오히려 우리 측 불참에 유감을 표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주한일본대사관은 이날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판단으로 외무성에서 홍보문화 및 아시아 대양주 정세를 담당하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을 결정한 것"이라며 "일한 정부 간에서 정중한 의사소통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 측이 불참한다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여러 계기에서 이미 드러났다는 점에서 추도식 파행은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한국의 마음을 모르고, 특히 주한일본대사관마저 한국의 분위기를 모르는 게 실망스럽다"며 "추도사 내용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전력이 있는 참석인사 문제는 둘째치고,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가 세계유산 등재에 감사하고 보고하는 자리라고 한 발언 등 그간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리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쯤 되면 단순한 외교적 무능을 넘어 친일 매국 정부의 치밀한 계획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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