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새 전초기지로 부상하는 ‘하우스(How’s) 야당을 바꿀 수 있을까
20일 오전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국민미래포럼 초청으로 여의도 '하우스'에서 ‘탈진실의 시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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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에게 삼성 SDS 한 간부가 ‘이렇게 하면 이익을 더 낼 수 있다’고 보고했을 때 이 회장은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삼성 같은 회사가 왜 꼭 이익을 끌어올려야 합니까? 그보단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주력하는 게 모두를 위해 더 좋은 일 아닙니까?’ 업(業)의 본질을 물은 겁니다. 우리 같은 질문을 스스로 해볼까요. 여기 계신 분들은 왜 정치를 하십니까.”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협동조합 카페 ‘하우스(How’s). 강단에 선 손욱 한국형리더십개발원 이사장이 객석에 모여앉은 50여명의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과 정치권 인사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이날 ‘하우스’에선 ‘이건희의 마지막 인사, 도전·혁신·미래’를 주제로 한 기획강연이 열렸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개최한 강연이다. 하우스 측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인이다. 비록 황제경영·정경유착·편법상속 같은 한국 재벌의 부정적 유산으로부터 그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이 전 회장의 삶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돌아보고 함께 모색해보길 원했다”고 했다.
‘하우스’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원외 소장파를 중심으로 만든 협동조합이다. 이곳 ‘하우스’가 최근 야권(野圈)의 새로운 전략을 공유하는 전초기지처럼 활용되고 있다. 지난 10월엔 여의도에 ‘하우스’ 간판을 걸고 서점·카페·토론공간을 겸한 곳이 문을 열었다. 오신환 전 의원과 ‘굽네치킨’ 창업주였던 홍철호 전 의원을 비롯해 유의동·김웅·황보승희·김병욱·이영 의원 등 150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해서 운영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로 동료 정치인들과 개업한 고깃집 ‘하로동선’과 유사한 공간이다.
‘하우스’를 중심으로 최근 눈길을 끄는 크고 작은 정치 행사도 연달아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보수정당재건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강연을 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국민미래포럼세미나-탈진실의 시대’를 열고 강연했다. 전태일 50주기 토론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젊은 야당’의 새 전초기지, ‘하우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10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에서 '위기의 한국민주주의 보수정당이 한국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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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전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How's)에서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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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가 처음 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세간에선 이곳이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대선 캠프’처럼 쓰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오신환 전 의원부터 유의동·김웅·황보승희·김병욱·이영 의원 등이 보수진영에서 개혁보수를 자처한 소위 ‘유승민계’로 불리는 인사들이어서다. 실제로 하우스 개소식날 유승민 전 의원은 이곳을 찾아 “여기가 내 대선캠프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더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하우스’ 측은 그러나 특정 정치인과 연관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끄는 ‘마포포럼’이 대선출마를 위한 정치모임인 것이 널리 알려졌다면, ‘하우스’는 그보다는 일반 시민과 정치를 편하게 논하는 장소로 활용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오신환 전 의원은 “젊고 새로운 보수를 위한 물길을 트는 곳, 정치에 대한 환멸을 씻어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0월말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이곳에서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 보수정당이 한국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이날 “보수정당은 촛불 시위를 기점으로 궤멸됐지만, 동시에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기회는 바로 자유주의에 있다”고 했다. “과거 냉전을 내세운 보수가 수용하지 못했고, 현재는 진보세력이 내버린 자유주의를 보수가 잡아야 한다”는 것. 현재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다원주의가 없는 사회가 됐는데, 보수는 이럴수록 새로운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남북통일’이 아닌 ‘평화공존’을 지향할 것', ‘한미 관계만큼 한일 관계도 발전시킬 것’, ‘노사관계 속에서도 민주주의 원리를 실현할 것’ 같은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지난 20일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곳에서 국민미래포럼 강연을 열고 “보수를 버리라는 게 아니라 보수의 이야기를 중도의 관점에서 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허구를 만들어놓고 그것을 사실로 만들려고 한다”면서 ‘탈진실의 시대’라고 여권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제 합리적인 중도·보수 연대의 틀을 꾸려야 한다. 대통령이 대깨문만 대표하고 있으니 통합의 리더십을 얘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맨날 꼴보수만 하다가 진짜 보수층을 쟤들에게 다 빼앗기는” 것에서 이젠 벗어나라는 주문이었다.
전태일부터 이건희까지… ‘중도’ 껴안기
신보라 전 국회의원(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웅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지수 라이더유니온조합원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에서 전태일 50주기 기념 토론회를 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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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는 정치강연과 토론을 통해 갈수록 그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이곳에서 전태일 50주기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김 의원은 “보수는 무엇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감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없어졌다”면서 “전태일 열사는 본인이 힘든 상황에서도 어린 여공 편에 섰다. 그게 공감 능력이자 책임감”이라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지사도 “전태일 열사가 저에게는 스승이었다”며 “그가 살아 있었다면 단순히 노조 내부 문제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과제들에 집중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전태일을 말하고 나서는 이건희도 논한다. 20일에 열린 ‘이건희의 마지막 인사, 도전·혁신·미래’ 강연에 이어, 27일에도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박광기 뉴패러다임미래연구소장이 ‘이건희 DNA’를 놓고 강연한다. 한국 사회 대기업의 당면 과제와 향후 역할에 관해 강연할 예정이다. 하우스 측은 “앞으로도 계속 정치 행사·토론을 열고 더 넓은 개혁보수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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