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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수주 가뭄에 선가 하락까지, 조선업계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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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원유운반선. 사진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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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가 연말을 앞두고 막판 수주에 스퍼트를 내고 있지만, 선박 가격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 2016년 이래 찾아온 수주 가뭄을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중이다. 그러나 선가 하락으로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을까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17일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각각 원유운반선 판매·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이날 한국조선해양은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와 30만t급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10척에 대한 수주 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9857억원(환율 1115원 기준)으로 척당 가격은 8840만 달러다. 삼성중공업도 척당 5820만 달러에 수에즈막스급(12.5만~20만 t) 원유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

하지만 단가는 지난해 말보다 4~5% 낮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VLCC의 신조 가격은 9200만 달러, 수에즈막스급은 6150만 달러였다. 아프라막스급(11만5000t) 등 10만t 이하 선가도 올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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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운반선 선가 추이. 자료 클락슨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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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종도 마찬가지다. 이달 2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평균 가격은 1억4250만 달러로 지난달(1억4400만 달러)보다 소폭 내렸다. 또 올해 평균 가격은 1억4460만 달러로 지난해 평균(1억4690만 달러)보다 낮다. 대형 컨테이너선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주목받는 선종이다. 하반기 들어 해운 수요가 늘어난 데 반해 선복(해운 여객·물류 서비스)량은 모자라 중국-미국 노선의 경우 운임이 두배 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신조 발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중고 시장에 나온 배가 많다"며 "올해 중고 컨테이너선 가격은 2~3%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수주 절벽을 겪은 2016년 수준까지 떨어져 더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선사의 발주가 뜸한 가운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진 점도 선가 하락을 부추겼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물량이 적으면 조선사는 수주를 위해 (선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선가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진명 연구원은 "컨테이너선의 경우 중고 시세가 오르던지, 발주가 크게 늘든지 해야 하는데 둘 다 기대하기 힘들다"며 "LNG 운반선의 경우 내년 카타르 프로젝트 물량을 받기 위해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는 내년 한국 조선 '빅3'와 최대 100여 척의 수주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올해 LNG선(17만4000㎥급) 단가는 1억8600만 달러에 고정돼 있다. 지난해 평균(1억8540만 달러)보다 소폭 올랐지만, 4년 전인 2016년 말(1억9700만 달러)보단 5%가량 낮다.

3분기 들어 달러가 약세를 보인 점도 조선업계로선 곤혹스럽다. 빅3의 경우 대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당장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달러 때문에 영업이익 측면에서 10~20%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평균환율은 지난 9월 1178.8원에서 지난달 1144.68원으로 2.9% 하락했다. 이달 평균 환율은 1124.64원으로 더 내려갔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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