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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美대선불복 와중에 강경화, 트럼프·바이든 양쪽에 손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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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외교 책임진 블링컨·설리번은 결국 못 보고,

쿤스·머피 상원의원, 앨런 브루킹스소장 등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명"

"北, 정상차원서 우선 관심 가져야 할 이슈" 강조

트럼프에 제안한 '도쿄올림픽'구상 먹힐진 미지수

폼페이오·오브라이언도 만나 "평화프로세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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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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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가까운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을 만나 한·미동맹과 북핵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연 특파원 간담회에서 9~10일 이틀간 미 의회와 싱크탱크 인사를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문재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함께 추진한 북한 비핵화 프로그램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정책을 완전한 실패로 보는 바이든 신(新) 행정부 인사들에게 트럼프 시절 대북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 공화당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을 면담했다. 쿤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당선인 지역구였던 델라웨어를 물려받은 측근으로,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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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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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은 강 장관이 한국 입장을 주로 설명하고 의원들은 듣고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의원들에게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북미 대화는 “정상 차원에서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가 중요하며, 트럼프 대통령식 ‘톱 다운’은 아니더라도 바이든 당선인이 북핵 문제를 직접 챙겨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 측에 외교정책을 자문하는 존 앨런 브루킹스연구소 소장과도 면담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당선인 측에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강 장관은 의회와 싱크탱크 면담 자리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한 한국 정부 입장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13~16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안한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바이든 측에도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에 먼저 제안한 도쿄올림픽 구상이 바이든 당선인 측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 장관은 지난 3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북핵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바이든 측은 지난 3년 트럼프 정상외교를 "실패"로 보는 근본적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22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미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훨씬 더 발전된 미사일을 갖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폭력배(thug)"와 어울리며 독재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한" 행위로 봤다.

측근들도 마찬가지다. 쿤스 상원의원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7월 MSNBC 인터뷰에서 ”리얼리티쇼에서 악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또 ”한국·일본 등 동맹과의 군사 훈련을 일방적으로 날려버리고 김정은으로부터 공허한 약속밖에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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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외교안보 참모인 앤서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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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에는 미 정보기관 분석을 인용해 ”김정은은 결코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자국민 인권 침해를 저지르는 끔찍한 독재자와 북한에 대해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강 장관 방미는 스스로 표현대로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 강 장관은 개표 시작 닷새 만에 바이든 승리가 확정된 다음날(8일) 워싱턴에 도착했다. 3박 5일 일정을 마무리한 11일까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승복하지 않고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달 4~6일 일본 도쿄 미·일·인도·호주 4국,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서울 방문은 건너뛰어 '패싱'지적이 나오면서 강 장관이 대신 워싱턴을 방문하기로 미리 잡은 일정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초청자인 폼페이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패배하고 불복 전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동맹국 파트너를 만나기에 불편한 상황이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 회담 이후 10개월간 한미 외교장관 회동이지만 정식 회담 대신 실무 오찬으로 마무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바이든 당선인 측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 쪽에 선 미국 조달청(GSA)이 당선인 확정 발표를 아직 하지 않아 당선인 캠프와 인수위 인사들이 외국 정부 관리들과 공식 회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 장관은 이 때문에 정작 바이든 캠프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은 또 초대 내각 인선에도 포함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향후 인준을 대비해 외국 인사들과 면담을 거절했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강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 측과 가까운 의회와 학계 유력 인사들을 두루 만나 한·미동맹 발전에 대해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노력은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 측 관점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추진한 대북정책을 열심히 계승하자는 뜻으로 비칠 수 있는 오해의 소지도 남겼다.

이날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노력에 계속 만전을 기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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