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 맞아 학술대회서 공개
1981년 작성된 석산고 학생의 작문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91주년을 맞은 학생독립운동을 기념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재조명됐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은 3일 광주 동구 5·18 기록관 다목적 강당에서 '오월, 그날의 청소년을 만나다'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전남대 NGO 대학원 정호기 강사는 1981년 광주 석산고 학생들이 5·18을 주제로 작성한 작문집을 정리해 '고등학생 시선으로 구성한 5·18 담론'을 발표했다.
이 작문집 일부는 전시회 전시물로 활용된 적은 있지만, 전체가 확인되고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문은 석산고 교사 주도로 당시 2학년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고 자율적으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 과제물이었다.
모두 186명의 학생이 작문을 제출했는데 반이나 성명을 밝히지 않은 학생이 69명이었다.
교사가 보관하던 작문집은 1987년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 기증됐다가 올해 7월부터 5·18기록관이 보관 중이다.
이 가운데 석산고 1학년 서충렬 학생이 작성한 '광주사태' 제목의 글에는 "이 사건을 사태라기보다는 의거라고 칭하고 싶다"며 "이 일은 오랜 독재하에서 거의 모든 자유를 통제받아온 지식인, 학생층의 자유를 향한 거국적인 힘의 발산이었다"고 서술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이를 일부 불순분자의 책동이라고 했으나 이는 믿을 수 없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꼬집었다.
정 강사는 "작문집은 5·18이 종료된 이후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이뤄진 집단 증언이었다"며 "일기나 취재 수첩, 언론 보도를 제외하면 5·18을 주제로 이뤄진 집단적 작문 활동 가운데 현존하는 유일한 사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5·18과 관련한 기록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이 금지되고, 언급마저 처벌받던 시대였음을 고려하면 그 자체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며 "당시 고등학생의 참여와 인식을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선 5월 항쟁 당시 석산고, 금호고, 대동고, 광주일고, 광주여고, 서석고에 재학 중이던 학생 6명이 나와 자신이 목격하고 참여했던 내용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정용화 5·18 기록관장은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에서 청소년의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새로운 사례들이 발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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