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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정우성 득남’ 갑론을박에···국내외 ‘비혼 출생’ 추이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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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OECD 주요국 비혼 출생률. 2020 OECD Family Database 재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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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가 결혼하지 않고 부모로서 아이 양육을 책임지겠다고 밝히며 비혼 출산이 화두로 떠올랐다. 연예인 사생활 문제와 비혼 출산이 얽히며 온라인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비혼 출생이 유독 수십년간 낮은 수준에 머물고, 국내에서도 비혼 출생자가 증가 추세에 있는 만큼 이들을 가족의 테두리로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26일 통계청이 지난 8월 발표한 ‘2023 출생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1만900명(4.7%)이다. 이 수치에는 비혼 출생뿐 아니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결혼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한 경우도 포함된다. 법적 혼인 외 출생자 수는 2020년부터 늘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다. 전체 출생아 중 혼인 외 출생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1.9%, 2020년 2.5%, 2022년 3.9%, 2023년 4.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비혼 출생률과 비교하면 한국은 턱없이 낮다. OECD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비혼 출생률은 41.9%다.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등 13개국은 비혼 출생률 비중이 50%를 넘는다. OECD는 일본, 한국, 튀르키예 비혼 출생률이 2~3%(2020년 기준)로 낮다고 밝혔다.

지난 50년간 OECD 회원국 비혼 출생률 변화 추이를 보면 한국과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1970년에는 OECD 회원국 대다수가 비혼 출생률이 10% 미만이었으나 1995년 들어 OECD 30개국 비혼 출생률 평균은 23%로, 2020년에는 40% 이상으로 늘었다. 노르웨이는 비혼 출생률이 1970년 6.9%, 1995년 47.6%, 2020년 58.5%로 올랐다. 영국도 1970년 8%에서 1995년 33.5%, 2020년 49%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1981년 1.1%, 1995년 1.2%, 2020년 2.5%로 변동폭이 적었다.

비혼출생률이 높은 국가는 대부분 유럽 국가다. 사회가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제도를 갖추었는지, 비혼 출산 가정이 불이익 없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비혼 출생률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를 도입한 뒤 비혼 출생률이 41.7%에서 2020년 62.2%로 올랐다. 시민연대계약은 동성커플을 인정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인데, 이성 커플 사이의 동거 제도로 빠르게 자리잡은 경우다. 결혼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혜택은 누리면서도 법적·행정 절차는 훨씬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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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이후 OECD 주요국 비혼 출생률 추이. 2020 OECD Family Database 재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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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한국에서도 비혼 출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은 37.2%로 2012년 22.4% 이후 계속 증가했다. 여성가족부의 ‘2023 가족실태조사’에서도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2020년 15.4%에서 2023년 22.1%로 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비혼 출생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인식돼 도구적 접근에 그친다. 사실혼·동거 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등의 제도 정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비혼출생 증가가 합계출산율 상승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스웨덴은 비혼 출생이 늘었지만 합계출산율은 감소했다. 프랑스도 비혼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증가하다가 감소했다”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서구는 동거와 혼인의 경계가 불분명한 반면 한국은 아직 동거를 결혼의 대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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