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메시지 전달하는 창구였던 '출근 경영'
고(故) 이건희 회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필요한 경영 가치를 강렬한 단어로 표현해 임직원들을 단결시키고 지향점을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이 나온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그룹 역사상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는데,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 선언 외에도 '디자인 경영' '마하 경영'을 선언하며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건희 회장은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디자인이 떨어지면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은 1993년 우수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1995년 디자인학교 삼성디자인스쿨(SADI)을 설립했다.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삼성전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건희 회장은 1996년을 '디자인 혁명의 해'로 정하고 삼성 고유의 디자인 개발에 그룹 역량을 총집결할 것을 주문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지금부터 과장 이상은 디자인에 손대지 말아라"라고 주문했는데,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삼성 임원들은 가전제품 디자인에 간섭하지 못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탄생한 삼성 제품은 디자인 분야에서 호평받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삼성 제품은 세계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은 2005년 '제2의 디자인 혁명'을 선포했다. 그동안 무게를 줄이고 크기를 줄이는 데에 공을 들였다면 앞으로는 우수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라는 지시였다. 2011년부터는 디자인으로 가치를 창출하겠다며 '디자인 3.0'을 기치로 내걸어 디자인만으로 사용자에게 만족을 주라고 당부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마하(mach) 경영론'을 내세웠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엔진은 물론, 설계 단계에서부터 모든 재질과 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듯, 삼성 역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체질과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계를 돌파해 그룹은 한 단계 높여나가자는 이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경영 철학인 셈이다.
2002년 사장단 워크샵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삼성전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건희 회장은 선제적으로 위기론을 내세워 조직을 다잡기도 했다. 임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여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경영 전략이었다. 삼성전자가 일본 소니를 앞선 2002년에 이건희 회장은 삼성 사장단을 데리고 50시간 연속 회의를 개최해 이른 시기 축배를 들기보다 더 높은 목표를 향했다. 지난 2013년 10월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에서는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했고, 2015년에는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고도 했다.
이건희 회장의 위기 경영은 이후 출근 경영으로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업무를 보는데, 사장단이나 임직원들에게 전해야 할 메시지가 있을 때는 직접 삼성 본사에 출근했다. 이 회장이 본사로 출근한 날은 그룹 전체가 이건희 회장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