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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尹이 벌인 소문난 잔치: K-밸류업 한달의 기록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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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식 시장을 기회의 사다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에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화답했다.

# 그로부터 9개월 후인 지난 9월 24일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했다. 기업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 100개를 선별했다. 11월 초 K-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그렇다면 K-밸류업은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었다. K-밸류업 구성 종목의 주가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다. 더스쿠프 Seek한 분석, K-밸류업 1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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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밸류업 지수가 시장에 선보인지 한달이 지났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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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2일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현장. 뜻밖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에 등장했다. 현직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을 찾은 건 처음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증시는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며 국민의 자산 축적을 지원하는 기회의 사다리"라며 "자신의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역동적인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보름 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1월 17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 발표에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혔던 금융·자동차 종목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KB금융의 주가는 1월 17일 4만9800원에서 31일 5만6600원으로 13.6% 올랐다.

기아의 주가도 17.0%(8만7900원→10만2900원) 상승했다. 두 종목이 속해 있는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2.5%(2435.90포인트→2497.09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는 걸 감안하면,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 K-밸류업➊ 종목 선정 = 그래서인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다. 금융위는 2월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전담조직인 밸류업 자문단을 출범했다. 5월에는 기업의 밸류업 계획 수립과 공시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4개월 만인 9월 24일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100개를 선정한 한국거래소는 30일부터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K-밸류업 지수)'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참고: K-밸류업 지수는 올해 1월 2일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설정했다.]

우선, K-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부터 간략하게 살펴보자. 100개 종목 중 코스피 시장 상장사는 67개, 코스닥 시장은 33개다. 산업별로는 정보기술 관련주가 24개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20개), 헬스케어(12개), 소비재(11개) 금융·부동산(10개)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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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는 시장대표성(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수익성(최근 2년 연속 적자가 아닐 것), 주주환원(최근 2년 연속 배당 등), 시장평가(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등의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 ROE 순위가 우수한 기업을 K-밸류업 지수 종목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K-밸류업➋ 지수 선정 후 성적표 = 그렇다면 K-밸류업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을까. 이를 살펴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가의 흐름을 분석하는 것이다. 주가만큼 기업의 가치를 잘 반영하는 지표는 없어서다. 그래서 우린 K-밸류업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100개 종목의 주가를 분석하기로 했다. 기준은 한국거래소가 K-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발표한 9월 24일로 삼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K-밸류업 지수는 정부와 투자자의 기대처럼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K-밸류업 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100개 종목의 지난 9월 24일 대비 10월 24일 평균 주가 등락률이 0.27%에 불과했다. 이 기간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43개로 하락한 종목(56개)보다 훨씬 적었다. 한개 종목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주가가 상승한 종목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비철금속 전문업체 고려아연이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9월 24일 69만9000원에서 10월 24일 113만8000원으로 62.8% 상승했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기록한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K-밸류업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느냐다. 아니다.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은 비철금속 제련업체 영풍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에서 기인했다.

실제로 두 회사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개 매수 가격은 67만원에서 89만원으로 치솟았다. 그 결과,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참고: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8월 23일 53만4000원이었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난 10월 24일 113만8000원으로 올랐다.]

고려아연의 뒤는 42.8%의 상승률을 기록한 반도체 전공정용 검사장비 제조업체 넥스틴이 이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9.0% 오르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동나비엔(28.5%), SK하이닉스(21.2%) 등도 2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9개 종목의 주가는 10%대의 상승률을 보였고, 13개 종목은 5.0~10.0% 미만, 나머지 16개 종목은 0.8~5.0% 미만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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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주가가 떨어진 56개 종목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에스에프에이(SFA·-22.5%)였다. 특수 장비업체인 SFA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최근 주요 해외 고객사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장비 공급 계약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전자부품 전문 기업 LG이노텍도 3분기 시장의 전망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22.3% 하락했다. 이밖에도 15개 종목의 주가가 10% 이상 떨어졌다.

혹자는 9월 30일을 기준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비판할지 모른다. K-밸류업 지수의 효과를 살피기 위해선 지수가 상장한 이후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래서 9월 30일 이후 K-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100개의 주가 흐름도 분석했다. K-밸류업 지수 상장 후 종목의 주가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 이 이야기는 K-밸류업 1개월의 성적표 2편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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