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동원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1942년에 태어난 고인(古人)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만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뉴스1 DB)2020.10.25/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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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를 글로벌 IT 기업으로 육성한 장본인이다.
1987년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그룹을 승계받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과 흑백TV가 주력제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해 3억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평면 고화질 TV시장에서 8년 연속 판매 1위를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 글로벌 '종합전자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는 선대 숙원사업이었던 반도체 분야에서도 큰 발전을 이끌었다. 연구인력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후발주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탈바꿈했다. 특히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장점유율 30%대 이상으로 확고한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성공신화는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밝힌 '신(新) 경영' 선언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시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며 철저한 '자기혁신'을 주문했다. 이는 경영승계 후 5년간 삼성그룹의 장단점과 미래먹거리 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신경영 선언에 앞서 LA-도쿄-서울-프랑크푸르트-베를린-로잔-런던-오사카-후쿠오카 등을 돌며 68일 동안 1800명의 임직원과 350시간 대화를 나누며 그룹의 미래를 고민했다.
이날 이후로 삼성그룹의 체질은 대폭 바뀌었다. 소비재 중심에서 전자로 무게추가 옮겨졌다. 그룹 규모는 날로 커졌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됐다.
실제로 1993년 시가총액 2조~3조원 규모였던 삼성전자는 불과 2년 만인 1995년 시총 10조원을 넘어섰고 2004년 4월 13일 처음으로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12년 3월 14일 시가총액 200조원대 시대를 열었다.
신경영 선언 이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20년 만에 100배 가량 키운 셈이다.
이 회장은 선두에 안주하지 않는 위기의식을 토대로 임직원들에게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그의 대표적인 경영론인 '한계돌파', '마하경영' 등은 이 같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회장은 이밖에도 "천재 한 사람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2002년), "개척자로서 험난한 여정을 걷자"(2008년),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진다"(2010년), "여성이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다"(2011년) 등 인재·위기·여성경영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경제가 위기상황일수록 빛났다. 2009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악재가 지속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휘청거리거나 구조조정 풍파를 겪을 때에도 삼성전자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연결기준 매출 100조원을 최초로 넘긴 해가 2008년(121조2940억원)이며 이후에도 스마트폰 등 IT기기 판매 호조로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해 4년 만인 2012년에는 삼성전자 사상 최초로 매출액 200조원을 돌파했다. 2013년에도 이건희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하며 삼성전자는 매출 228조6900억원, 영업이익 36조7900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발전 속에서 이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2013년 10월 열린 신경영 20주년 만찬회에서도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합니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힘차게 나아갑시다"고 독려했다.
이 회장의 유고로 그룹은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책임지게 됐다. 이 부회장이 선대가 닦아놓은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특히 그룹이 당면한 스마트폰 이후 '미래먹거리' 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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