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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에어택시 연말 난다고?" 속도내는 중국 이항, 기체 앉아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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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000대 선주문, 중국서 이르면 연내 상용화…
허톈싱 부사장 "UAM, 도시구조 대변혁 불러올 것"

연내 상용화가 이뤄질 이항의 'EH216-S' 외관과 실내 모습./사진=우경희 기자꽉 막힌 도로 위를 시원하게 날아가는 '에어택시' 시대는 언제쯤 열릴까. 한국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선 아직은 미래 얘기처럼 들리지만 적어도 중국에선 대략 시점이 저울질된다. 중국 기업 이항의 주력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제품인 'EH216-S'가 주인공이다. 25일 광저우 본사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난 허톈싱 이항 부사장은 "올 연말 상업운행을 시작한다"며 "인류에 엄청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도 어려운 UAM을 '에어택시'라고 통칭하기 어려운 이유는, 모빌리티 선진 기업들이 각기 다른 구상과 다양한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저마다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일단 배터리와 프로펠러 구성의 초기 구상은 비슷하지만 수소연료전지(퓨얼셀)를 달아 비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구상을 하는 기업도 있다. 파일럿이 직접 조정해 운항하느냐, 미리 세팅된 구간을 자동으로 운항하느냐의 차이도 있다.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이항 EH216-S 실모델은 빠른 상용화에 초점을 맞춘, 말 그대로 기존 드론의 확대판이었다. 강성이 필요한 섀시나 프로펠러 등은 모두 카본으로 이뤄졌다. 사람이 타는 부분은 강화플라스틱이다. 생산 원가 절감을 감안한 구성이다. 차체에 직접 올라탔다. 불필요한 부품은 모두 제거했다. 의자 두 개와 소화기, 항로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안전벨트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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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톈싱 이항 부사장이 한국 취재진에게 향후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우경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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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타기엔 좌우가 비좁았지만 미리 정해진 구간을 최대 25분 정도 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무리한 설정은 아닌 듯했다. 트렁크엔 캐리어 한 대가 들어간다. 대당 가격은 중국 내수용이 239만위안(약 4억6000만원), 해외용이 41만달러(약 5억7000만원)다. 전세계 각국에서 이미 1000여대 누적 주문이 이뤄졌고, 이중 300여대가 인도됐다.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지난 2020년 한 대를 사갔다.

이항은 중국 CAAC(민용항공총국)으로부터 형식인증과 감항인증 등 세 개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항 관계자는 "자격 취득을 바탕으로 올 연말 상업운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스페인 등에서는 이미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갔다. 허 부사장은 "관광지인 장가계를 구경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몇 년 내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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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216-S' 기체를 기반으로 한 이항의 소방용 UAM./사진=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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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건 미국이다. SK텔레콤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조비에비에이션이나 아처에비에이션, 오버에어 등이 주력이다. 특히 조비는 NASA와 협력, 시속 322km로 241km를 날아가는 5인승 기체를 개발했다. 미국 연방항공청 3단계 인증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활용을 기대하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내년 상용화가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현대차그룹 UAM 법인 슈퍼널이 주력이다. 이르면 2028년 기체 양산을 준비 중이다. 한화시스템도 미국 오버에어 등에 투자, UAM 사업을 펼치고 있다. 배터리는 물론 수소연료전지 기술력 면에서 앞선 만큼 기술 개발 여지가 크다. 이들은 인천공항공사, 대한항공 등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 실제 운항 네트워크 준비에도 들어간 상황이다.

전세계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항이 상용화 측면에서 치고 나간다. 2019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이항에 대해 2021년 미국 한 투자정보업체가 기술조작 의혹을 제기, 주가가 급락하는 등 해프닝 속에서도 주력인 EH216-S 개발을 마쳤다. 120분 충전에 30km 이내 거리를 25분간 최고시속 130km로 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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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187cm인 기자가 'EH216-S'에 실제 탑승한 모습. 앞뒤간격은 충분했지만 좌우는 비좁았다./사진=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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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시간이나 주행거리는 미국이 개발했거나 한국이 개발 중인 UAM 기체에 비해 소박하다. 그럼에도 빠른 상용화와 시장 선점 효과는 적잖을 전망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루트를 따랐다. 배터리를 달아 프로펠러를 돌려 정해진 길을 따라 날아가는 기존 드론을 크게 키운 게 EH216-S다. 사람을 태운다는 것만 다르다. 빠른 상용화에 집중한 선택이다.

이항은 이를 통해 우선 UAM이 바꿔놓을 생활을 체험하게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UAM이 생활 전반을 바꿔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거다. 허 부사장은 "UAM이 보편화하면 어디에 살든 15분 생활권이 형성된다"며 "집을 고를 때 (도심을 고집할 필요 없이) 집값이 저렴하면서도 편안한 곳을 선택하게 되면서, 미래교통은 물론 도시 발전이 대변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의 상용화 최우선 전략은 중국 정부의 이른바 '저고도 경제' 육성 전략과 무관치 않다. 중국 정부는 드론택시나 택배 등을 미래 전략으로 정하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부는 지난해 중국 저고도 경제 규모가 506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33.8% 늘었고, 2030년 2조위안(약 387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광저우=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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