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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오은영의 ‘토닥토닥’] 22개월 아이가 하는 “아이 씨”… 욕이 아니라 ‘라임’ 놀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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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조선일보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아이가 22개월인데 “아이 씨~”라는 욕지거리를 한다. ’22개월에 욕이라니'. 엄마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엄마는 아이가 그 말을 할 때마다 엄한 얼굴로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했지만, 아이가 계속 욕을 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아이는 그저 어디선가에서 새로운 말을 배운 것이다. 이럴 때는 아이가 언제 그 말을 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어른들이 하듯 기분이 나쁠 때마다 쓸 수 있다. 기분 나쁘면 “으앙~” 하는 아이도 있고 “아아” 하는 아이도 있다. 이 아이는 기분이 나쁠 때 어쩌다 배운 “아이 씨~”를 했더니, 뭔가 후련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럴 때는 아이의 말을 적절한 말로 바꿔주면 된다. 아이가 “아이 씨~”라고 말을 하면, “아이, 속상해. 아이, 속상해”라고 엄마가 옆에서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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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분이 나쁜 것 같지도 않은데, 아이가 이 말을 계속 한다면 한창 말을 배울 나이라 그 말의 운율이 어딘가 재미있었던 것일 수 있다. 아이의 말은 욕이 아니라 ‘라임’과 같은 놀이이다. 그럴 때는 “송알송알” “종달종달” “데구르르르” “데굴데굴데굴” 등과 같이 다른 재미있는 운율을 많이 들려주면 된다. 사람의 성대를 울려서 나오는 소리는 굉장히 즐겁고 유쾌하다. 아이의 “아이 씨~”도 사실은 그랬을 수 있다.

나쁜 말을 하는데, 훈육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훈육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는 평균적으로 3세는 돼야 한다. 그때는 돼야 말귀도 잘 알아들을 수 있다. 그 이전은 엄하게 “안 되는 거야”라고 말하기보다 아이 발달 수준에 맞춰 바른 표현을 반복해서 가르쳐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오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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