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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 대선 혼란 시나리오가 보인다”… 긴장한 ‘이리 카운티’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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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다음달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펜실베니아주 북서쪽에 있는 ‘이리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은 연일 쏟아지는 전화와 e메일을 처리하느라 ‘콜센터’처럼 분주하다. 선관위 사무실이 바쁜 건 ‘대선을 잘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유권자들의 우려를 반영한다. 걱정은 크게 두 가지. ‘대선 당일 투표소는 안전할까’, 그리고 ‘우편투표 개표는 마감 안에 마칠 수 있을까’. 워싱턴포스트는 18일 혼란 우려 속에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이리 카운티의 사례를 소개했다.

코로나19로 우편투표가 크게 늘어난 데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맞서 백인 우월주의 극우단체들이 활개치는 상황인지라 대선 일과 그 후 상당기간 혼란을 빚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리 카운티가 그 혼란의 중심에 설 가능성도 높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펜실베니아주는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경합주다. 지난달 말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 결과, 이리 카운티를 포함한 펜실베니아 서부 카운티들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3%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인구 28만명의 이리 카운티에서 1957표차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제쳤다. 이렇다보니 두 후보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10일 이리 카운티를 방문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20일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이리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더글라스 스미스는 “올해 불안은 전례 없이 높다”고 했고, 보안관인 존 루미스도 “누가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알 수 없는, 경험하지 못한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긴장되는 분위기는 반영하듯, 최근 이리 카운티 내 바이든 후보지지 간판이 있는 주택가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ML) 시위대가 거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흑색선전을 담은 전단지들이 뿌려졌다.

유권자들의 불안 요소는 ‘대선 당일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한 투표 방해 행위’다. 총기 옹호 운동가인 저스틴 딜론은 자신이 속한 무장 그룹 회원들과 선거 당일 투표소 주변을 돌면서 “(폭동·약탈자들로부터) 사람들과 기업들이 안전한지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딜론은 “법 집행이나 유권자 투표를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들이 들고나온 ‘총’은 누군가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스미스 위원장은 말했다. 이리 카운티 149개 투표소를 42명의 보안관보가 모두 챙기기란 역부족이다.

더 큰 우려는 우편투표 개표다. 올 대선 예비선거 당시 이리 카운티에선 우편투표 건수는 약 3만건. 이를 개표하는 데 10일이 걸렸다. 대선 때는 7만여명이 우편투표를 할 것으로 보여,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인원을 8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개표 시간도 오전 7시부터로 이전보다 3시간 앞당겼다. 고속스캐너 등 기계도 새로 들였다. 하지만 봉투를 스캔하고 집계를 위해 준비하는 데만 90초가 걸린다. 선관위는 이 작업이라도 미리 해놓고 싶지만, 펜실베니아 주법은 대선 전 우편투표 봉투 개봉을 금지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우편투표 개표 작업에 옵서버를 각각 배치할 예정이지만, 개표 기간이 길어질수록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양당 지지자들의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재검표 현장에는 공화당 지지 성향의 폭력 시위대가 난입(‘브룩스 브라더스 폭동’)하는 바람에 재검표 마감기한을 맞추지 못했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재검표 중지를 결정했고, 앨 고어 후보는 이의제기 없이 승복을 선언했다.

최악의 상황은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가 카운티 단위의 선거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11월23일까지 우편투표 개표를 마치지 못했을 때다. 이는 이리 카운티뿐만 아니라 전국 3141개 카운티가 함께 안고 있는 고민이다. 공화당 다수의 주의회가 개표마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선거인단을 지명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다. 이때 민주당 주지사가 이를 막아설 권한이 있는지는 법률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적이다.

스미스 위원장은 “선거날부터 몇 주 동안 밤에 잠을 못자겠지만, 악몽은 꾸고 싶지 않다. 우리는 상황에 맞게 직원과 장비를 갖추고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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