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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의 인간적 모습 보여주는 '가서' 연구 번역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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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퇴계 가서 연구서 번역 발간
[촬영 홍창진]



(대구=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 "지금 들으니 젖 먹일 종이 서너 달밖에 되지 않은 제 자식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고 하는구나. 이것은 그 자식을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중략) 먼저 편지로 고하니 다시 생각해 보아라."

퇴계 이황(1501-1570)은 손부(손자의 아내)가 자녀를 낳고 6개월여 만에 또다시 임신하면서 젖이 잘 나오지 않자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종을 유모로 보내 달라는 손자 요청을 받고 이런 답장을 썼다.

결국 증손자가 3세에 요절했으나 인간 생명을 사랑하고 자기 자손과 노비의 인권을 차별하지 않은 퇴계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족, 친지에게 보낸 편지로 퇴계 인간적 모습을 조명하는 전문 연구서가 약 30년 만에 국문 번역서로 나왔다.

영남퇴계학연구원은 고(故) 권오봉 전 포항공대 교수가 일본 쓰쿠바 대학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해 펴낸 저서 '李退溪家書の總合的硏究'(1991)를 번역해 최근 출간했다.

'가서(家書)로 본 퇴계의 삶과 사상'(영남퇴계학연구원 펴냄) 제목의 번역서는 퇴계가 남긴 가서 940편과 관련 자료를 분석해 퇴계의 인간상, 인격, 사상 및 기반을 이루는 생활 모습을 규명했다.

가서란 가문의 사람들에게 보낸 서찰(書札·편지)을 의미한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책임하에 퇴계학 전문가인 이상린·진갑곤 박사가 한문 번역을 맡고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에서 학위를 받은 김정곤 박사가 일본어 번역을 맡았다.

재정 문제와 함께 일본어와 한문을 혼합한 원저 번역자를 물색하기 어려운 탓에 번역이 장기간 미뤄졌다고 한다.

이 책은 퇴계가 쓴 가서 전체 내용을 분석 조사해 일상생활에서 수기(修己), 유학자로서 제가(齊家), 향토생활과 사회개조운동, 교육, 유학 연구 집성 사업 등을 밝혔다.

또 배경이나 기반이 된 퇴계 사상 구조를 가서에 나타난 사실관계를 통해 규명하고자 했다.

이주용 사진작가가 촬영한 안동 등지의 퇴계 관련 유적과 풍경 사진을 부록으로 실었다.

한글판 간행을 위해 퇴계 17대손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재정 지원을 했다.

이동건 영남퇴계학연구원 이사장은 "퇴계 선생을 알고자 하는 분들이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판단해 번역판을 냈다"며 "이 책을 매개로 퇴계학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깊이 연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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