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회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 세계보건기구(WHO) 연구 결과로 인해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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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렘데시비르’의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렘데시비르가 600여 명의 환자에게 투여된 상황이어서 앞으로 코로나19 치료 수단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WHO가 각국의 입원환자 1만1266명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연대 실험에서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에는 렘데비시르 외에도 말라이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 다른 약물도 평가 대상이 됐지만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치료제는 없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렘데비시르는 미국의 제약회사인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약물이다. 원래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이 시작됐지만 최근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렘데시비르를 투약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의 이번 연구 결과는 렘데시비르를 개발하는 길리어드의 연구 결과와는 결이 다른 것이다. 이달 길리어드는 미국국립보건원(NIH)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 결과의 핵심은 코로나19 입원 환자 1062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더니 렘데시비르가 회복 기간을 15일에서 10일로 닷새 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WHO 연구 결과로 렘데시비르가 의미 있는 치료제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가능성이 증폭된 것이다.
일단 한국 보건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오는 17일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선 지난 15일까지 환자 611명이 렘데시비르를 처방 받았다. 국내 의료계에선 WHO의 연구 결과가 논문의 공신력을 얻기 위한 필수 단계인 ‘동료 평가’를 아직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WHO의 연구를 통해 렘데시비르의 가치를 좀 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달 길리어드 측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보면 렘데시비르를 통한 바이러스 농도 저하 효과에 대한 언급이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렘데시비르로 치료 효과가 나타난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길리어드 연구를 보면 렘데시비르를 투여하면 사망률도 줄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렘데시비르 투여가 사망률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가장 주목받던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코로나19 대응을 진두 지휘하는 WHO를 통해 제기되면서 향후 코로나19 치료 방법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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