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베를린 소녀상' 철거 위기

김소연 "소녀상 철거 결정한 미테구, 日압력과 시민 반발 사이서 혼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테구청장에 소녀상 철거 항의 서한 보낸 김소연
"슈뢰더, 나눔의집에서 할머니들 만난 뒤 눈물 흘려"
한국일보

게르하르트 슈뢰더(오른쪽) 전 독일 총리와 김소연씨가 2018년 11월 2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는 13일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철거 결정에 반대해 항의 서한을 보낸 것과 관련해 "아직 미테구청으로부터 공식 답변은 오지 않았다"며 "미테구청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혼란스러워하며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고 있을 것 같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테구청에서 일본의 압박으로 부담을 느껴 철거를 하려는 것 같은데, 독일 시민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소녀상 문제가 독일과 일본의 외교 마찰로 번질 것으로 우려해 철거하려고 했지만, 독일 시민들의 반발로 미테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앞서 11일(현지시간) 슈테판 폰 다쎌 미테구청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는 편지에서 "구청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로 고통받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저버리는 반역사적 결정"이라며 "미테구청이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함께 미테구가 소녀상 허가를 그대로 유지해주길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철거 결정 반대가 자신뿐 아니라 슈뢰더 총리의 뜻도 담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페이스북에 편지를 공개한 이유를 "구청장이 편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독일 시민사회에 알리고 동참을 이끌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미테구, 일본의 압력에 소녀상 철거 서둘러 결정"

한국일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 내 미테구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쓰인 비문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테구는 소녀상과 함께 세운 비문(碑文)을 구 허가 없이 설치했다며 소녀상 철거 결정을 내렸다. 비문의 내용이 일본을 겨냥해 공공장소를 정치화했다는 지적에서다. 김 대표는 "소녀상이 상위에 있는 개념인데, 비문이 문제가 되니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비문이 문제라면 비문을 철거하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논의가 돼야 하는 게 순서다. 이건 제가 알고 있는 독일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역사 의식에 대치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서한에 '일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는데, "일본 외무상이 하이코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소녀상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일본이) 미테구청장에게 자연스럽게 압박을 가한 것"이라며 "구가 서둘러 철거 결정을 한 건 상위의 압박을 받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소녀상은 지난달 말에 설치됐다. 설치 직후인 1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하이코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소녀상 철거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이 "소녀상 철거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독일 시민들, 소녀상 철거 이해 안 된다고 전해"


그러나 김 대표는 현지 여론과 분위기는 구 결정과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은 역사 의식이 투철하고 민주주의와 시민의식, 의사 표현의 자유에 대해 학교 교육을 잘 받는다"며 "때문에 주변 독일 시민들이 저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철거 반대) 청원에 참여한 인증샷도 보내준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시민들은) 전쟁의 피해를 받은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를 함께 기억하자는 것인데 소녀상이 왜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며 "주변 사람들은 소녀상이 여성 인권 문제와 전쟁 폭력을 상기시키는 상징물로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문제를 한국 역사의 아픔으로 이해하며 편지를 보내는 데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결혼 후 슈뢰더 전 총리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집을 방문했고, 그때 할머니들과 처음 만났다"며 "(슈뢰더 전 총리는) 할머니들과 만난 뒤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