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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되새겨 볼 박정희 정부의 '자강 노력' [안호영의 실사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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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미 대선 이후, 우리 내부의 성급한 논의들
북핵, 관세 등에서 현실 외면한 주장 많아
장기 관점과 큰 틀의 실력배양 노력 필요
한국일보

지난 6월 14일 미 의회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만남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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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승을 거두었다. 게다가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어 트럼프 2기는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시대의 한·미 관계 추진 방안에 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몇 가지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앞으로 4년을 상대할 트럼프 정부인데, 조급증은 피해야 한다. 그 좋은 예가 방위 분담금 문제이다. 2026년 총액을 1조5,000억 원, 유효 기간 5년이라는 좋은 조건으로 타결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이 100억 달러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우리가 선제적으로 내줄 것은 내주고, 반대급부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하여 우라늄 농축,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받아내면 된다는 주장을 자주 듣게 된다.

트럼프 당선자가 모든 것을 거래의 관점에서 본다고 하는데, 거래에서 중요한 것이 기득권이다. 한·미 양국 정부가 법률에 따른 절차에 따라 체결한 기존 협정이 있는데, 우리가 스스로 나서 이를 포기하는 것을 평생 거래와 협상을 해 왔던 트럼프 당선자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더구나 핵 비확산 문제에 대한 워싱턴 조야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 방위 분담금을 내주고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을 교환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가능하지 않다.

둘째, 도전을 기회로 바꾸자면 우리의 목표를 큰 그림 속에 넣고 생각해야 한다. 그 그림 속에는 미국이 추구하는 과제, 그러한 과제를 달성하는 데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갖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

먼저 미국의 외교·안보 과제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그간 계속 강조해 온 것이 미국 제일주의다. 이것이 미국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이고, 그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립주의이다. 그러나 군사 기술이 변화하고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대한 도전이 노골화되는 현 국제질서에서 미국도 고립주의가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최근 임명된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CIA 국장의 면면이 이에 대한 방증이라고 본다.

이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동맹과의 협력 중요성을 잘 이해하는 인물들이다. 우리나라는 재래식 군사력으로 세계 5위이며, 세계적 방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도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 유지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한 국가이다. 미국 대선 직후 이루어진 윤석열 대통령-트럼프 당선자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군함의 유지·수리를 위한 협력을 언급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어서 미국의 경제·통상 과제이다. 미국 제일주의의 두 번째 중요한 요소가 보호무역주의이다. 그런데 미국이 당장 안고 있는 경제적 과제는 인플레를 진정시키고 제조업을 재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제조업 능력, 반도체·AI·양자 컴퓨팅·바이오 등에서 세계적인 연구개발(R&D) 능력을 갖추었을뿐더러, 2023년에는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다. 미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과제 해결에 협력할 수 있는 많은 능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보편 관세 문제, 미국 반도체 법안과 IRA 법안에 따른 보조금 문제 등은 이러한 큰 틀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이번 대선에서 노정된 국제문제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의식을 고려할 때 대증 요법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비책으로 국방·과학 능력 배양이 시급하다. 1960년대 말 미국의 '데탕트' 정책의 충격에 맞서 당시 우리 정부가 국방·과학 기술의 자강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했고, 그 성공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었다. 이에 버금가는 각성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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