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멧돼지, 감염원으로 추정
발생 농가, 강원도 최대 양돈 사육지 철원군과 인접
9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한 양동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농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 /정성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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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A 양돈농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플라스틱 바리케이드로 가로막혀 있었다. 바리케이드엔 “이곳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방역 조치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흰 방호복을 입은 방역대원은 연방 경광봉을 흔들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고, 출입이 허용된 소독 차량만 도로를 지나다니며 연방 소독액을 뿌려댔다.
바리케이드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A 농장에선 쉴 새 없이 굴착기가 움직였다. 방역대원은 “오전부터 살처분 작업이 진행 중이다”고 했다.
94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A 농가는 지난 8일 철원군 한 도축장에 암퇘지 8마리를 출하했다. 이 과정에서 8마리의 돼지 중 3마리가 폐사하는 등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증세가 발견됐다. 방역 당국은 즉각 폐사한 돼지의 시료를 수거,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 분석을 의뢰했고 이날 오전 5시 40분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강원도 관계자는 “폐사된 3마리 중 2마리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서 “폐사된 돼지와 같은 우리에서 길러진 돼지 2마리도 검사했는데 모두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0월 9일 경기 연천군 이후 1년만으로, 강원도 내에서는 처음이다.
방역 당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되자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해당 농장의 돼지 전부와 인근 10km 내 양돈농장 2곳의 사육 돼지 1525마리에 대해 살처분에 나섰다.
9일 강원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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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지역 양돈농가는 “올 것이 왔다”면서 지역 내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 소식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화천엔 15농가가 2만5679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화천군 간동면에서 1000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최기해(61)씨는 “가족들의 출입도 제한하는 상황”이라며 “혹여나 자식 같은 돼지를 잃을까 밤새 뜬눈으로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화천군과 인접한 철원군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56농가 15만8164마리의 돼지가 사육 중인 철원군은 강원도 내 최대 양돈 사육지이기 때문이다.
철원군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 파주와 연천에 이어 올해는 인접한 화천에서까지 돼지열병이 발병하니 걱정이 크다”면서 “빨리 돼지 이동경로를 조사해 농가 불안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야생 멧돼지를 유력한 감염원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A 농장으로부터 불과 250m 떨어진 지점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는 등 현재까지 화천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 290마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종억 강원도 동물방역과장은 “감염 경로를 파악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야생 멧돼지로 인한 가능성이 크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방역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확진 판정에 따라 강원과 경기에 이날 오전 5시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돼지농장·도축장·사료공장·출입차량·관련 축산시설 등에 대해 가축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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