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털·OTT에도 방발기금 부과해야"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 방안 모색 세미나' 현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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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지난달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방발기금 징수 대상에 포털과 OTT, 대형 PP도 부과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헌법재판소의 부담금 합헌 판단 기준을 고려하면, 방발기금 부과 대상을 포털과 OTT로 넓히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의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출연금과 방송사, 통신사로부터 징수한 분담금으로 조성하는 기금이다. 지난 2000년 방송법에 근거해 방송발전기금으로 출발했으며 부담금 관리 기본법을 적용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계획을 보고하고, 그에 따른 목적과 실태, 공정성 부분을 지속적으로 점검 평가하는 부담금 중 하나다.
윤 교수는 합헌적 범위에서 방발기금 제도 개선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는 부담금 납부자의 합헌적 범위로 일반인과 구별되는 '특별한 밀접성'을 내세우고 있다"며 "방발기금 징수 대상을 지금의 허가제·등록제가 아닌 헌재의 '밀접한 관련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특별한 밀접성은 집단적 동질성, 객관적 근접성, 집단적 책임성, 집단적 효용성 등 4개 범주로 구분된다. 일반인과 구별되는 동질성이 있으며, 부담금 부과를 통한 경제적·사회적 과제의 관련성과 조세 외적 책임, 수익이 부담금 납부자의 집단적 이익에 부합하는지로 설명된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웨이브(wavve), CJ ENM은 물론이고,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에도 방발기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윤 교수는 포털 사업자를 예로 들어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업자로 일반 국민과 명백히 구별(집단적 동질성)되고, 뉴스 제공 및 검색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객관적 근접성)"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도 지상파 방송사 지원의 일환으로 CJ ENM 등 콘텐츠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부가통신사업자에 기간통신사업자 대상의 기금 부과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공식적으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한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방발기금 징수 불평등은 해소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방송·미디어 규제 방향이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로 가야 하므로 방발기금 징수 역시 유사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는 OTT도 그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준호 의원은 방발기금의 개념을 방송통신에서 확대해 미디어발전기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OTT나 포털 등도 미디어 환경에서 수익을 내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으로 포함될 수 있다"라며 "미디어발전기금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체에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 방통위가 출범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전환되면서 방송과 통신까지 전담하고 있어 정부부처의 기능 통합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 방발기금, 미디어 환경 변화에 지역성·다양성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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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발기금은 부과 대상 못지않게 사용처를 두고도 시끄럽다.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관행적 기금운용으로 인해 미디어 환경 변화에 탄력적이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기금 운용에 지역성이나 다양성 원칙이 우선된다면 홀대받던 방송 사업자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순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발기금이 '방송통신의 진흥'이라는 본래 조성 용도에 맞도록 사용처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석철 SBS 연구위원도 "지역적 다양성을 구현하는 지역방송과 방송통신 소외계층에 대한 방발기금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수어방송, 화면 해설방송 등 장애인들의 방송 접근권 확대를 위한 장애인 방송 제작 지원이 총 소요금액의 10%에 그치고 있는데 이러한 부문에 방발기금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대하사극이나 어린이 프로그램 등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콘텐츠에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윤 교수는 "무조건 방송사에만 요구할 수 없다"며 "방발기금이 공익적 콘텐츠에 더욱 폭넓게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방송에 대한 방발기금 지원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은 지난 8월에도 한 차례 불거졌다. 한국방송협회는 당시 성명에서 "기재부가 방송 관련 주요 법령의 기본 정신을 위배하고, 방송산업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신청한 지역방송 지원 예산 82억원을 40억4000만원으로 삭감한 데 이어 내년 예산도 요청(56억3000만원)보다 적은 36억원으로 줄이려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과는 전년도와 동일한 40억 3000만원으로 결정됐지만, 지역방송 43개사 지원 예산이 1사당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협회는 "지역방송은 각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를 창달하고, 지역민의 여론은 수렴하는 소중한 문화자원이자 공론의 장"이라며 "방발기금의 실제 활용 내역과 방식을 살펴보면, 기재부가 지역방송의 가치와 이를 지키고자 하는 법정신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를 하고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생존마저 위태로운 지역방송의 현실은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참담하다는 것. 특히 방발기금이 조성 주체인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이 아닌 곳에 대규모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국가 대외홍보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아리랑TV'는 올해 354억원을 방발기금에서 지원받았고, 산하재단인 '국악방송'도 지원금이 67억원에 이른다"며 "방송사업자들의 출연금으로 조성된 방발기금이 왜 방송산업의 진흥이 아닌 데 활용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신문 기사와 관련된 사건이 대부분인 '언론중재위원회'의 재원으로 언론진흥기금이 아닌 방발기금이 128억원이나 쓰이는 것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협회는 "방발기금은 본래 목적에 맞게 '방송 진흥'을 위해 쓰여야 하고, 지역방송 진흥 지원이 그 어떤 사업보다 목적에 부합한다"며 "미디어 환경 변화와 지역경제 위축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지역방송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기재부가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방발기금 운용 방식을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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