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난장판 대선 토론…트럼프 말 끼어들자, 바이든 "입 좀 다물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대선 1차 TV 토론 1시간 40분 격전

토론 규칙 안 지키고 아무 때나 끼어들어

"나라가 더 가난해져", "마약쟁이 아들" 공격

토론 누가 이겼냐…바이든 60%, 트럼프 28%

중앙일보

2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미 대선 대통령 후보 첫번째 TV토론이 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 대통령 후보 1차 TV 토론은 혼돈 그 자체였다. 두 후보와 주최 측이 사전에 약속한 규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후반부로 가서는 사회자도 질문을 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 됐다. 역대 가장 큰 혼란 속에 진행 중인 선거 모습이 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이 연출됐다. 사회자가 질문하면 후보자는 각자 간섭없이 2분간 답변한 뒤 토론에 들어가기로 약속됐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대답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마이크에 대고 제법 큰 소리로 “그렇지 않아”, “사실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몇 번 참다가 폭발한 바이든 후보는 “제발 그 입 좀 다물래(Will you shut up, man)”라고 소리친 뒤 “정말 대통령답지 않다(This is so unpresidential)” 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방해하자 바이든 후보는 “그래, 계속 지껄여(keep yapping, man)”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바이든 후보도 참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할 때 끼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 목소리가 마구 섞이면서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중앙일보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가 1차 TV토론을 진행했다. 토론회가 혼란에 빠지자 월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를 주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느 순간 사회자인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가 “여러분,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소리치기에 이르렀다. 월리스는 “정말 목소리 높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없다”며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그는 “두 사람이 서로 덜 방해해 더 많이 말할 수 있도록 해주면 이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그렇게 해주시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CNN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차 TV토론을 이겼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0%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인 폄하 논란을 토론으로 끌고 들어오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의 죽은 장남과 마약 전력이 있는 차남을 역공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미군 전사자 묘지 방문을 취소하면서 참전 용사를 “패배자(loser)”라고 비하했다는 의혹을 꺼냈다. 그는 백혈병으로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을 언급하며 “내 아들은 이라크에서 1년 복무했다. 브론즈 훈장도 받았다. 내 아들은 루저가 아니다. 그는 애국자”라고 선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 헌터를 말하는 거냐?”고 역공했다. 트럼프 측은 바이든 후보의 차남 헌터가 아버지가 부통령으로 재직할 때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에 재직하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보 얘기를 꺼냈는데 헌터를 들고나올 줄 예상 못 한 듯 바이든 후보의 말 더듬는 습관이 튀어나왔다. 바이든은 “내 아들, 내 아들, 내 아들”이라고 세 번 말한 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우리 주변에 아는 많은 사람처럼 그 아이는 마약 문제가 있었다. 그걸 극복했다. 이젠 고쳤다. 그는 노력했고, 나는 그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CNN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차 TV토론을 이겼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28%였다. 응답자의 60%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겼다고 답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연방 대법원에 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홍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스타일을 싫어하더라도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은 “더 약해지고, 더 병들고, 더 가난해지고, 더 분열되고, 더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월리스의 마지막 질문은 “선거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오기 전까지 지지자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승리를 일방적으로 선언하지 않겠다고 이 자리에서 약속할 수 있느냐”였다.

바이든 후보는 “물론이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여러분의 표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투표를 독려했다. 국민이 개표 과정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 대신 우편투표와 관련해 "여러 나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조작되고 있는 수많은 투표용지를 볼 때 나는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사회자가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대법관을 포함한 대법원이 분쟁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그들이 투표용지를 들여다봐 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그것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1차 TV토론에서 격돌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론회가 끝난 직후 CNN이 시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승자로 꼽은 응답은 28%에 그쳤다. 토론회 시작 전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56%, 트럼프 대통령 43%였다.

누가 더 진실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바이든 65%, 트럼프 29%로 나타났다. CNN은 조사 대상자는 민주당원이 39%로, 공화당원(36%)보다 조금 더 많았다고 밝혔다. 무당파는 25%였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