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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BTS·블핑 인기에 네덜란드도 '한국어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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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과·한글학교 관심…한인 2세 교육에도 긍정적

교실 찾아 이사만 3번…그래도 한글수업은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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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에인트호번 한글학교 학생들이 수업에서 한국 지리를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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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거주하는 페트라는 최근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고등학생 자녀의 한글 학습을 돕고자 한글학교에 수업 문의를 했다.

"BTS나 블랙핑크 같은 유명 한국 가수를 모르는 네덜란드 청소년들은 거의 없을 거예요. 우리 아이는 한국 문화와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레이든대학교 한국학과로 진학을 희망할 정도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한류 팬이 급증하면서 크고 작은 한류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네덜란드 레이든대학교는 매년 한국학과로의 입학을 원하는 네덜란드 학생들로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학과에서는 지난해까지 매년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해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모임이 어렵기 때문에 SNS를 중심으로 한국 요리 아이디어 나누기, 한국 드라마 따라잡기, 한국 아이돌 댄스 따라하기 등 콘텐츠들이 눈에 띈다.

네덜란드 내에는 또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에인트호번 등 3곳에 한글학교가 있다. 보통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주재원 자녀가 다녔지만 요즘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네덜란드인과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한 수업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자연스레 한글학교로

중국계 네덜란드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나오미 유엔(7)은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 아침마다 4살짜리 동생 손을 잡고 에인트호번 한글학교에 등교한다.

사실 나오미의 부모는 한글학교 수업을 등록하기까지 잠시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절차가 까다롭기도 했지만, 네덜란드어와 한국어·영어·중국어 4개의 언어를 쓰는 환경에서 사실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네덜란드어나 중국어를 잘하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오미는 다채로운 한국 문화 활동을 하면서 금세 한글과 한국 문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오미는 "아직 한국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한국 음악이나 한국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한국어를 잘 말하고 읽고 쓰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에인트호번 한글학교는 한글 교과서를 넘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접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고 있다. 특히 한국어 연극 수업은 외국에 거주하며 끊임없이 자아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많은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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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 한글학교에서는 한국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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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국어 잘해야 외국어도 잘해…유럽 각국, 모국어 지원에 앞장

흔히 외국에 살면서 현지 학교에 다니는 경우 현지 언어를 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국인 부모를 둔 2세의 경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한 모국어 즉 한국어를 잘해야 그 다음 현지 언어도 잘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이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별로 특별 예산을 편성해 다문화 가정의 모국어 습득 교육에 앞장 서는 분위기다.

스위스 일부 도시의 경우, 한글학교는 스위스 칸톤(주·州)에서 지원금을 받거나 무상교실지원 사업 대상이 된다. 이런 지원 사업은 그 나라의 일원이 될 다문화 배경의 아이들이 정체성 혼란이나 모국어 발달 지연 없이 그 사회에 수월하게 융화되게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은 도서관이 모국어 지원 수업에 발벗고 나섰다. 중국어를 쓰는 엄마들은 도서관 한 구석에서 중국어 선생님을 자처하며 품앗이 수업을 시작했고, 영국 엄마들은 매주 수요일 집에 있던 책을 도서관으로 가져와 같이 돌려 읽으며 영어 스토리텔링 시간을 진행한다.

◇ 교실 찾아 이사만 3번…재정난과 교사 수급에 '진땀'

대부분 해외 한글학교는 학부모들이 내는 등록금과 약간의 보조금(교과서 지원금, 교사 연수 등)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지역사회 한인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의 힘이 크다.

한국에서 교직 경험이 있는 학부모는 교사 연수를 마친 뒤 아이들을 가르치고, 행정실무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회계 업무 등을 돕는 식이다. 네덜란드 한인회에서는 한글학교 운영 보조를 위한 바자회 등을 개최해왔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었다. 작년 9월 처음 문을 연 에인트호번 한글학교는 운영 첫 주가 지나자마자 제일 큰 난관에 봉착했다. 기존 초등학교를 임대해 수업을 했는데, 소음 발생을 이유로 근처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여 공간 사용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교사진 10명과 학생 50여명은 졸지에 갈 곳을 잃고 부랴부랴 새 공간을 찾아 이사를 하는 고생을 겪었다. 에인트호번 ASML 사무실 한 켠에서 수업을 진행한 적도 있다. 한 학기가 지나자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봉쇄조치가 실시되면서 학교는 또 다시 문을 닫아야 했다.

이은숙 에인트호번 한글학교 교장은 "네덜란드 땅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재미있게 한글을 가르쳐보자 하는 열정으로 시작했는데, 이렇게 여러 장애물이 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다"고 속내를 털었다.

봉쇄조치가 해제되자 학교는 9월 닫았던 문을 다시 열고 아이들을 받기 시작했다. 아직도 하루에 수백 명씩 확진자가 나오는 네덜란드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도 크지만,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학생들과 주말에도 수업 준비에 힘쓰는 교사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글 학습은 꾸준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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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한글학교에서도 마스크와 손 소독은 필수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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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교육 넘어 한국 문화 교육 기관으로 거듭날 것"

코로나19 유행은 한글학교의 등하교 풍경마저 바꿔버렸다. 등교할 때는 일일이 체온 검사를 한 뒤에 아이들을 건물로 들여보내고 환기를 위해 수업 내내 창문을 열어 놓는다. 네덜란드 현지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한 번도 착용하지 않았던 아이들이지만 서로 조심하기 위해 아이들은 군말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에 임했다.

학부모와 학교 간 소통은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 자료를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고 학부모는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상담한다.

이 교장은 "한국어가 네덜란드의 젊은층에서 인기 언어로 급부상하면서 단순히 한글만 가르치는 기관을 넘어 현지 네덜란드인들에게 한국 문화와 언어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도 학교를 믿고 아이들을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과 희생 정신으로 수업을 철저히 준비하시는 한글학교 선생님들, 또 각종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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