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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아베의 병’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 희망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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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김효종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교수

중앙일보

김효종 경희대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교수


한 달 전 아베가 총리직을 갑자기 사임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이유라고 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약을 지속해 복용해도 크고 작은 재발을 완전히 막을 수 없어 때론 사회활동이 제한되는 대표적인 희귀 난치 질환이다. 환자가 느끼는 좌절감과 사회의 편견이 심하다. 따라서 궤양성 대장염 환자 중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유명 인사들은 환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준다.

실제로 아베는 2차 집권 시작 전인 2012년 가을, 주치의와의 대담 기사를 통해 중학교 3학년부터 시작된 자신의 병의 진단, 치료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도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의 이야기가 환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아베가 총리직을 사임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실망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궤양성 대장염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아베가 받아온 치료는 재발을 방지하고, 재발 후 빨리 회복하기에는 불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아베가 최근 총리 시절 지속해서 유지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아사콜’이라는 약의 단독요법은 재발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게 재발 예방 효과가 작다. 또 최근 재발 이후 치료받은 것으로 보도된 과립구흡착요법은 궤양성 대장염의 원인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는 백혈구를 혈액에서 제거한 후 몸에 다시 집어넣는 신장 투석 같은 방법이다. 서구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일본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치료법이다.

아베는 퇴임 발표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치료는 현재의 약에 더해 새로운 약을 투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최근 개발된 약제들의 경우 효과가 투여 후 3일에서 2주일 이내에 나타날 수 있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면 유지도 잘 된다. 그런데도 왜 오래전부터 또는 재발 초기부터 이런 약제들을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혹시 안보상의 이유로 사용을 늦게 해야만 하는 약들이 있는 것일까. 일개 의사로서 허망한 상상일 뿐이다.

아베 총리의 사임 이후 한 일본 교수는 “총리의 임무는 치료 때문에 중단할 수 없어 사임으로 이어졌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약을 먹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치료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아베의 사임에 일반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은 우리나라와 일본 의사 모두 동일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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