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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코로나 이후 높아진 30대 여성 자살률…비대면 시대 사회안전망 더 촘촘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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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로 바뀐 우리들의 일상은 예전으로 돌아갈 희망을 잃은 채로 이젠 변화된 현 상황이 새로운 일상이 될 기세다. 매일 코로나19로 시작되는 방송 뉴스에 피로감이 몰려온다. 그런데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에는 차별이 없다고 하건만, 바이러스는 기가 막히게 사회의 약한 고리를 끊고 아픈 곳들을 우리에게 드러내고 있다. 청도대남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정신장애인들이 그랬고, 요양병원의 쇠약한 노인들이 그랬다.

경향신문

감염이 보건의료의 위기를 넘어 경제위기로 치달을 때,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과, 파산과 실업의 위기로 몰릴 중년 남성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보고된 자료에 의하면 20대, 30대 젊은 여성들의 자살이 심상치 않게 늘고 있다고 한다. 잠정적인 통계이나, 한국의 여성 자살은 올해 1~6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 늘었다. 코로나19의 1차 확산 직후인 지난 3월, 4월에는 각각 전년 대비 17.3%, 17.9% 늘었다. 여성에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고 따라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자 실업과 재정적 어려움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택근무가 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양육과 가사 노동 또한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여성 자살률의 증가의 중심에 젊은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실업 여성에 대한 재정 지원과 재취업을 위한 교육 기회 제공 그리고 정신건강 지원 체계와의 연계가 시급하다. 젊은 세대의 문화에 친화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나 전화를 통한 비대면 상담을 강화하고 아이돌 여성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 이후 모방 자살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어린이, 노인, 장애인들에 대한 돌봄을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직장 내 차별과 가사 노동의 이중 고통에서 여성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성별에 따른 차별적 취약성까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일한 자산이 인적 자원이다. 젊은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너무 뼈아프다. 게다가 저출생 초고령사회가 아닌가? 젊은 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적 자원은 특히 소중하다. 그렇다고 계속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노출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고 오히려 ‘외상 후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외상 후 성장’이란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고 이를 계기로 오히려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더욱 심리적으로 성숙하는 것을 말한다.

비대면 디지털 사업을 발전시키되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친밀도는 강화하고, 또한 중증정신장애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며, 노인 복지에 한 획을 긋고 갑자기 재정이 악화된 사람들에게 긴급 재정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여성이 평등하게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드는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미래에 한국 사회는 ‘코로나19 시대에 자신들의 약점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아 크게 발전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 바로 젊은 여성에 대한 자살예방의 선제적 대응이 꼭 필요함을 잊지 말자.

‘코로나 블루’에 허덕일 것인가? 코로나19를 딛고 외상 후 성장할 것인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와 사회적 결속이 필요한 때다.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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