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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정부, 항공권 선결제했다가 줄줄이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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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써야하는 예산” 이유

항공사들 “큰 도움 안돼” 씁쓸


한겨레

20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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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사를 돕기 위해 항공권 선결제를 한 금액을 환불받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국외 출장이 대부분 취소됐기 때문이다.

2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국내 항공사에 선결제한 금액 약 318억원 가운데 이날까지 약 30%에 대한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5~6월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업계를 위해 하반기 국외 출장 항공권 금액을 선결제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국외 출장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자 금액을 환불받고 있는 것이다.

항공업계 설명에 따르면 선결제 금액은 대한항공이 약 210억원으로 가장 컸고 아시아나항공이 약 96억원이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제주항공이 약 1억6천만으로 가장 컸고 에어서울이 약 620만원으로 가장 작았다. 앞서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항공사에 총 1600억원을 선결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지자체 등은 자율 참여로 바뀌면서 실제 선결제 금액이 줄었다.

선결제 계약 당시 9∼10월을 1차 정산 기간, 12월 말을 2차 정산 기간으로 계약한 경우가 많았다. 항공사들은 선결제 계약을 할 때 선결제 금액의 1%가량을 보증보험료로 지불했는데, 이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료로 돈을 빌렸다 갚는 상황이 된 셈이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예정대로 출장을 진행해 항공권을 발권한 경우는 2%에 불과해 대부분 환불해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취지와 달리 항공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항공사 관계자도 “가뜩이나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환불 기간까지 닥치니 힘들다”고 말했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선결제 금액 5천만원 중 현재까지 약 900만원에 대해 환불 요청을 받았다”며 “금액이 적어 타격은 없지만 정부에서 항공사를 돕겠다고 진행한 선결제마저 환불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일부 항공사는 정부에 환불 대신 선결제 금액 사용 기간을 늘리는 등 다른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국토부 담당자는 “올해 안에 써야 하는 예산이기 때문에 환불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올해 연말에는 거의 전액을 환불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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