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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민자 향한 세계의 마음은 더 차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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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개국 작년 ‘수용성 지수’

3년 전보다 소폭 떨어져

남미 국가들서 큰 폭 하락

캐나다 ‘가장 따뜻한 나라’

[경향신문]

난민 등 이민자들을 대하는 세계의 마음이 과거에 비해 조금 차가워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전문기관 갤럽이 23일(현지시간) 세계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이민자 수용성 지수(migrants acceptance index)’를 2016년 지수와 비교해 발표했다. 2019년 수용성 지수는 9점 만점에 5.21로 3년 전 결과인 5.34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이 조사는 145개국 1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민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민자가 내 이웃이 된다면” “가족이 이민자와 결혼한다면” 등을 질문했다. 각국 정부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년 전과 비교해 가장 마음이 식은 나라는 남미 국가들이었다. 2016년 조사에서 페루의 이민자 수용성 지수는 6.33이었으나 이번 조사에선 3.61까지 떨어졌다. 에콰도르는 6.13에서 3.51로, 콜롬비아는 6.13에서 3.98로 낮아졌다. 경제난과 정치적 혼란으로 베네수엘라에서 난민 수백만명이 발생한 결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용성이 가장 떨어지는 나라는 1.49를 기록한 북마케도니아였다. 헝가리(1.64), 세르비아(1.79), 크로아티아(1.81)도 이민자들에게 낮은 수용성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민자들에게 가장 따뜻한 반응을 보인 나라는 캐나다로 조사됐다. 만점에 가까운 8.46을 기록했다. 아이슬란드(8.41), 뉴질랜드(8.32), 호주(8.28)도 높은 지수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들에게 배타적 정책을 펴고,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미국도 7.95로 높은 수용성을 보였다. 젊은 세대일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도시에 살수록 이민자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3일 새로운 난민정책인 ‘이주·망명 신조약’을 발표했다. 난민이 처음 도착한 나라에서 그들을 수용하거나, 이를 원치 않을 경우 망명신청이 거부된 난민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나눠 맡자는 내용이다. 난민이 처음 도착한 나라에만 망명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더블린 조약’ 때문에 지리적으로 난민이 몰리기 쉬운 나라들에만 부담을 준다는 비판을 다소 수용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10일 그리스 최대 난민수용시설인 레스보스섬의 모리스 캠프에서 화재가 발생해 난민 1만3000명이 갈 곳을 잃는 등 난민위기가 악화되는 와중에 나왔다.

그러나 헝가리와 폴란드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해 새 조약이 실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새 조약이 발효되려면 EU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EU 회원국들이 난민들을 의무적으로 분할수용하는 등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같은 한계 때문에 EU가 난민정책을 놓고 또 한번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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