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문건` 빼주고 뇌물받은 전 靑행정관 1심서 징역4년

법원이 1조원 이상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 핵심 인물에게서 금품을 수수하고 금융감독원 기밀 문건을 빼돌린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 뇌물수수, 금융위원회 설치법 위반 등)를 받는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1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뇌물죄를 엄단하지 않으면 수반되는 많은 부정 행위를 막기 어렵다"며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국민은 금융감독원이 공정하게 금융 규제를 하고 있는지, 피감기관 유착에 있어 위법한 행위가 묻히는지 심각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 금감원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연·학연을 이용해 대가를 지급하고 원하는 바를 얻는 행태는 우리 국민에게 직무 집행에 대한 의심과 박탈감을 더한다"면서 "피고인이 청와대로 파견을 간 이후 뇌물을 수수했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수감 중)에게 금품을 받고 지난해 8월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와 관련한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에게서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하고, 자신의 동생을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취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관계는 라임 투자 피해자 중 한 명인 방송인 김한석 씨(48)가 수천억 원 규모 라임 펀드를 판매한 장 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언론에 제보하면서 밝혀졌다. 이 녹취록에서 장 전 센터장은 "회장(김봉현)이란 분이 로비를 어마어마하게 한다. 여기(김 전 행정관)가 키(key)다. 14조원을 움직인다. 이분이 다 막았다"며 라임 펀드에 문제가 없을 것처럼 김씨를 안심시켰다.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