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청와대와 여당 기류를 보면 일단 추미애 법무장관은 살리는 쪽으로, 그리고 윤미향 의원은 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추미애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와 아들이 최대 피해자입니다.” 군 장병과 젊은 청년과 그들의 부모들, 이 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말이다. ‘고슴도치 새끼 사랑’도 이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추 장관을 감싸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전화로 휴가연장을 안 해주는 지휘관이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면서 추 장관 부부의 행동을 합리화해주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아들 검찰수사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목소리들은 우연히 이뤄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추미애 일병 구하기’를 위한 직접·간접 사발통문이 돌았고 그에 맞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추 장관이 밀리면, ‘코드 검찰’이 밀리고, 울산 시장선거 청와대 개입 사건의 재판이 정권의 기둥을 무너뜨리는 쪽으로 흘러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사익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는 윤미향 의원은 추미애 장관과는 다르다. 윤 의원은 사기·횡령·배임 같은 8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미향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상대로 한 범법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재판이 흘러갈수록 더 고약한 내용들이 불거져 나올 수 있고, 그때마다 문재인 정권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기소가 된 지금이 손절의 적절한 시점일 수 있다. 민주당 당내에서도 윤미향 의원에 대해 비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황당하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더 이상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말라” 등등이다. 윤미향 의원과 이상직 의원을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끊어내는 절차’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상직 의원은 ‘재산 도피용 위장 이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져 있다.
●정리하자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패처럼 막아온 추미애 장관을 살리고, 윤미향·이상직 의원은 손절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추미애 장관 부부가 아들 휴가 당시 민원을 하려고 국방부에 전화를 한 통화 파일이 확보됐다고 한다. 2017년6월14일 통화 내용이 국방부 중앙 서버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통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추미애 장관의 거취 문제가 다시 뜨거워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추미애 장관 스캔들과 관련해서 묘한 발언을 했다. “당직사병 제보로 시작된 일이고, 이런 일이 있으면 지적·비판하고 실체 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야당의 자세로,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검찰 개혁 (저항의) 문제까지 연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다.” 최 수석은 문 대통령의 심중을 가장 잘 헤아리는 사람인데, 왜 이처럼 야당을 높게 평가하는 발언을 했을까. 국방부 중앙서버에 남아 있다는 추미애 장관 부부의 발언 내용에 따라 청와대의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암시일까. 아니면 역할 분담에 따라 민주당은 야당을 때리고 청와대는 슬쩍 야당을 감싸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을 언제까지 지킬까. 서울시장 후보로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과 추이를 봐가며 결정할까. 아니면 이미 결정은 나 있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뿐일까. 여러분 마음속에 지금 떠오르는 생각이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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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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