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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배달의 세계 | 배달 안 밀리고(자영업자), 운동하며 돈 벌고(도보배달원)…1석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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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생 이원기 씨(29)는 ‘GS25’의 도보배달 서비스 ‘우리동네딜리버리’에 푹 빠졌다. 평소 운동 부족과 불안정한 수입에 고민이 많던 이 씨는 ‘운동을 하면서 돈을 벌자’는 생각으로 도보배달을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배달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하루 만에 적응을 끝냈다. 걸어서 물건을 가져다주면 끝이라 배달 자체가 간단했다. 어느새 베테랑 배달원으로 거듭난 이 씨는 논문을 쓰거나, 자료를 정리하는 등 본업을 하는 와중에도 배달 알람이 울리면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물건을 바로 배달한다. “걸어서 움직이니 간편하고, 배달을 3건만 해도 6000보를 넘게 걷는다. 운동하면서 돈을 버니 1석 2조라 쏠쏠하다”는 총평이다.

매경이코노미

라이더 부족의 대안으로 도보배달이 최근 각광받는 추세다. 사진은 일일 도보배달원으로 나선 기자가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모습.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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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자전거 대신 ‘두 발’

▷간편한 ‘도보배달’ 인기

오토바이·자전거·킥보드 등 탈것을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물건을 가져다주는 도보배달이 인기다. 사고 위험 부담이 적고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시작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도보배달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배달의민족은 전체 배달 건수 중 도보 수행 비중이 9%에 달한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도보배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다. 조만간 10%도 무난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10건 중 1건이 도보로 이뤄지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엠지플레잉이 운영하는 도보배달 전문 플랫폼 ‘도보배달60’은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규모가 24배 증가했다. 노원구 10개 매장 50명의 배달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는 전국 4000개 매장에 배달원만 1만2000명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배달 플랫폼에 이어 편의점도 잇따라 도보배달 시장에 뛰어든다.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GS25다. 지난 8월 도보배달 서비스 ‘우리동네딜리버리’를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이용 건수가 5배 급증했다. 서비스 초기 1000명에 불과했던 도보배달원 ‘우리동네친구(우친)’는 9월 현재 1만6000명을 넘어섰다. 현재 GS25 전체 주문 건수 중 30%가 도보배달로 처리된다. CU 역시 9월 말 엠지플레잉과 협업해 도보배송을 내놓을 예정이다.

▶도보배달 인기 이유는

▷간편함·난이도·쏠쏠한 수입

도보배달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편함과 쉬운 난이도 그리고 수입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도보배달은 간편하다. 오토바이·자전거·킥보드 등 탈것이 필요 없다. 별도의 면허를 등록하는 과정이 없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원 입장에서는 면허를 증명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적으니 가입이 수월하다고 느낀다. 걸어서 물건을 가져다주므로 사고 위험이 적다는 점 역시 도보배달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배달 수행 난이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일반적으로 도보배달은 등록한 거주지나 직장 근처 반경 1~1.5㎞ 내에 있는 주문만 잡힌다. 거리 압박이 적고 익숙한 지역에서 배달을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김규영 엠지플레잉 대표는 “도보배달원은 매장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일이 잡히면 콜을 잡고 물건을 가져다주기만 하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라고 말했다.

수입 역시 괜찮은 편이다. 1건당 받는 배달료가 높은 데다 수행할 때 드는 돈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배달을 완료하면 건당 2000~4000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걸어서 이동하기 때문에 보험비나 유류비 등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매출이 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하루에 20개 이상 배달하는 분도 많고 많게는 하루에 40건을 수행하기도 한다. 월 1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부족한 기술·선입견은 한계

▷배달 시장 크는 만큼 전망은 밝아

부족한 기술과 자영업자들의 선입견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난제다.

가장 큰 기술 문제는 배달 거리 계산이다. 배달을 배정할 때 직선 거리로 측정을 하다 보니 도보로 불가능한 거리인데도 배달이 잡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우리동네딜리버리 사용 후기에는 “1㎞라 배달을 잡았는데 직선거리 기준이었다. 실제 거리는 도저히 걸어서 배달이 안 되는 수준이다.” 같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GS25 측은 “이동 경로가 각각 달라 최적 이동 경로로 설정된 표시 거리와 다소 차이가 발생한다는 일부 의견을 확인했다. 현재 실제 거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개선 방법을 지속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일부 자영업자들의 선입견도 도보배달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보배달은 늦게 배달된다’라는 인식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도보에 맞는 단거리 동선 위주로 배정하기 때문에 오토바이·자전거 배달 평균 시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늦은 배달’이라는 인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도보배달 서비스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배달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데다 만성적인 라이더 부족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라이더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대안으로 도보배달이 활성화되리라 본다. 주민에게는 일자리를, 자영업자에게는 배달비 절감이라는 이득이 있는 만큼 도보배달 서비스는 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김규영 대표의 전망이다

도보배달 직접 체험해보니

차오르는 숨·흐르는 땀…도보 아닌 ‘달리기’ 배달

매경이코노미

도보배달을 하면 진짜 돈을 벌면서 운동할 수 있을까? 의문을 해결하고자 직접 도보배달에 도전했다. GS25의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 앱을 다운받은 후 간단한 교육을 받고 등록을 끝냈다. 배달 지역은 회사 근처인 ‘서울 중구’로 설정했다.

우딜 배달이 가능한 11시, 바로 ‘업무 시작’ 버튼을 눌렀다. “우딜 시작”이라는 소리와 함께 앱이 활성화된다. 긴장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계속 쳐다봤다.

하염없이 화면만 쳐다본 지 30분. 드디어 첫 주문이 잡혔다. 장소는 장충동 인근 GS25 편의점에서 근처 대학교로 과자를 배달하는 임무였다. 늦을까 봐 헐레벌떡 뛰어간 뒤 편의점에 들어가 매뉴얼에 적힌 대로 “안녕하세요. 우리동네딜리버리 물건 가지러 왔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아직 물건이 준비 안 됐으니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앱에 ‘상품 준비 중’ 표시가 떠 있으면 매장도 준비가 안 된 상태이므로 굳이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단다. 귀중한 깨달음을 얻고 10분을 기다린 후에야 첫 물건을 받고 배달을 마쳤다.

두 번째 주문은 처음보다 훨씬 수월했다. 매장과 배달하는 장소의 거리가 가까운 데다 시간도 넉넉했다. 치킨과 냉동피자가 가득 담긴 봉지를 전달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때 너무 자신감을 얻은 탓일까, 세 번째는 실수를 연발했다. 배달을 접수하고 자신만만하게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주문이 들어온 게 없다는 답을 들었다. 픽업 장소를 잘못 찾아온 것.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대문 근처를 3바퀴 돌고 나서야 알맞은 장소를 찾아갔다. 왜 이제 왔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은 채 물건을 갖고 배달 장소로 뛰어갔다. 도보가 아닌 ‘달리기’ 배달이었다.

3건의 배달을 수행하면서 총 2만5000보를 걷고 약 390㎉를 불태웠다. 숨이 차고 옷이 땀에 절었지만 1만1600원을 벌었다.

총평. 운동을 하는 동시에 돈을 벌고 싶다면 추천한다. 수입도 나쁘지 않다. 점심시간 소일거리를 찾는 직장인이나 저녁에 퇴근 후 부업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딱 맞다. 다만 배달 장소가 잘 아는 곳인지, 거리는 적당한지 필수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잘못했다가는 낯선 곳에서 땀에 젖은 채 방황하는 자신을 보게 될 테니.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6호 (2020.09.16~09.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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