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 30일 서울 북창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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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완화한 정부의 발표에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갈렸다. 당장 생계가 위태로운 자영업자는 '급한 불부터 끄자'며 반겼지만, 섣부른 완화 조치가 더 큰 화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13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앞으로 2주간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일반음식점 영업시간 제한과 프랜차이즈형 카페·제과점·아이스크림·빙수점, PC방·학원·실내체육시설 등의 이용 제한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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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점, "빨리 영업할 수 있게 돼 다행"
2.5단계 조치로 매출이 급감했던 상인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는 표정이다. 한 프랜차이즈 빙수점 점주는 "2.5단계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나 임대료 등 걱정에 잠을 못 잤다"며 "하루라도 빨리 정상 영업을 하고 싶었는데 다행"이라고 했다. 필라테스 강사 황모(29)씨도 "지난 2주간 백수처럼 지냈다"며 "월급이 깎이고 정상 운영 재개 시점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했는데 앞으론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수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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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고위험 시설 기준 뭐냐"
운영 중단이 2주간 연장된 유흥주점, 노래방 등 12개 고위험시설 업종은 크게 반발했다. 노래방 업주 김모(61)씨는 "한 달쯤 영업을 못 해 정말 한계 상황"이라며 "도대체 고위험시설 기준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 19일부터 노래방을 열지 못해 최저시급 받으며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1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한 노래방 출입문에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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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3단계로 확산세 확실히 끊자"
일시적인 거리두기 완화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높다. 강력한 방역 조치로 '완화 후 확산'이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내자는 것이다. 섣불리 거리두기를 풀었다가 확진자가 다시 늘면 그 고통이 자영업자들한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는 이유에서다.
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전모씨는 "확진자가 11일째 여전히 100명대인데, 차라리 거리두기 3단계로 확산세를 바짝 조였다가 영업을 재개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지침은 뚜렷한 철학도, 기준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김모(32)씨도 "(정부에) 코로나19를 정말 잡고 싶은 건지 묻고 싶다"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정책을 왔다갔다하면서 자영업자들만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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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안 줄었는데 완화해도 되나" 우려도
대전, 강릉 등 일부 지자체는 정부보다 앞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로 발표해 우려를 산 바 있다. 대전시는 14일부터 노래방·유흥주점·뷔페 등 업장에 대해 새벽 1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강릉시 또한 14일부터 거리두기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해 헬스장·사우나·실내체육시설의 집합금지가 해제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대전은 예전보다 환자 많이 나오는데 이래도 되나" "아직 이른 결정 아니냐, 지금까지 한 것들 도로묵되겠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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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등 고위험군 조치는 더 강화해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연장한 7일부터 12일까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일평균 132명이었다. 이전 주 같은 기간 일 평균 확진자에 비해 49.6명 감소에 그친 것이다. 이날도 해외유입 포함 전날 대비 121명이 늘어 세자리수를 유지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래 조이면 줄고 풀면 늘어난다. 방역 조치를 완화했으니 확진자는 다시 증가할 것"이라며 "누군가에겐 경제적 생존 문제 등 어려움이 있어서 정부가 이런 조치를 선택한거라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현재 상황이 괜찮아서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 연휴도 앞두고 있어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대책을 조금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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