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 안보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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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핵심 국정 목표인 ‘양극화 타개’를 위해 대통령실이 국회를 통해 내년도 정부 예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 8월 긴축 기조 속에 전해 대비 3.2% 늘어난 677조 4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예산을 직접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국회의 증액 요구를 받아들여 예산 규모를 키우는 우회로를 택하겠다는 취지다. 그간 건전 재정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확장 재정으로 바뀌는 첫 번째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국회의 예산 증액 과정에서 양극화 타개를 위한 합리적 방안이 도출된다면 야당이 요구하는 예산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예산 증액은 야당도 당연히 협조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만 효과가 불분명한 무분별한 현금 살포 예산은 여전히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내후년도 예산부터는 양극화 해소 방안을 담은 적극적인 확장 재정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의 재정 기조가 바뀌는 것은 한층 더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수석비서관회의와 주례회동에서 임기 후반기의 국정 목표로 ‘양극화 타개’라는 화두를 제시하며 “중간 계층이 탄탄한 ‘마름모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라도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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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지난 12일 언론 브리핑에서도 “시장의 일차적 분배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양극화가 초래된다면 정부가 나서 이차적 분배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임기 전반기 민간주도 시장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재정을 사용할 수 있는 경제 체력이 넉넉히 확보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통령실은 증액이 필요한 예산 분야의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먼저 장학금 확대 등 청년 관련 예산과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관련 예산 등이 거론된다. 야당이 증액을 요구하는 주요 예산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이재명표 예산’으로 분류되는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의 경우도 전국에서 사용 가능한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된다면 수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예산인지 아닌지가 증액의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예산 투입 외의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대규모 방산·원전 수출과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그 성과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 간 상생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달 초엔 자영업자 종합 지원 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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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의 이런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정부 재량 지출을 역대 최소로 편성해 ‘짠물 예산’이란 평가를 받은 내년도 예산안을 이미 제출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의 기조가 급변했다는 것이다. 이미 수십조 원대 세수 결손으로 주택기금까지 끌어다 쓴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권 일각에선 10%대로 떨어진 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시키기 위한 극약 처방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극화 타개는 경제 지표가 좋더라도 서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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