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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 화웨이 제재 지속땐 韓 기술주들 장기적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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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건희 CS 한국 리서치 헤드 인터뷰]

CS, 지난달 코스피 전망치 2,600로 큰폭 상향

데이터센터 투자·화웨이 제재 등 韓반도체 수혜

디스플레이·가전 등도 이익률 상당폭 개선 전망

"낮은 경제성장률·공매도 금지 등은 아쉬운 대목"

서울경제


“한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을 뒷받침하는 요인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 유럽 등과 같은 셧다운 상황이 없었습니다. 즉, 경제적 타격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신산업, 뉴딜 정책 등이 추진되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한건희(사진) 크레디트스위스 한국 리서치 헤드는 8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반도체 등 국내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은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님을 강조했다. 각국 정부의 양적완화와 저금리 기조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유동성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타격이 덜했던 한국이 최근 미국 증시가 조정받은 상황에서도 상대적인 강세를 유지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8월 크레디트스위스가 달러 약세, 기업이익 하향세 안정화, 유동성 등을 이유로 코스피 전망치를 기존 2,300에서 2,600으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의 한국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한 헤드는 아시아 기술 분야에서만 17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업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한 헤드는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5G(5세대) 등 코로나19가 기술 도입 속도를 가속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이들 기술 도입을 위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버용 디램 수요는 최대 연 20%까지 증가할 전망으로 올해 글로벌 D램 예상 시장점유율이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은 데이터센터 성장으로 인한 강력한 수혜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서버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도 추후 메모리와 디램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최근 미국 정부의 화웨이 등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계속되는 점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술기업에는 수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최근 화웨이에 이어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SMIC를 제재 리스트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중국의 반도체 개발 속도를 늦춘다는 점에서 결국 한국에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헤드는 “화웨이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전자(005930) 매출의 8% 정도를 차지하는 고객사지만, 단말기·통신 쪽에서는 경쟁사이기도 해 제로섬인 측면이 있다”이라며 “결국 화웨이가 없어지면 삼성전자도 단말기 시장에서 기존 화웨이의 점유율을 일부 가져올 수 있고, 5G 장비 분야에서도 화웨이라는 최대 경쟁사가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기술기업의 성과가 반도체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가전, 2차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지속됐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을 예상보다 빠르게 정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헤드는 “삼성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이 제일 강한데 LCD 적자와 섞이며 디스플레이 실적이 안 좋았다”며 “내년부터는 OLED 이익만 나오면서 이익률이 개선되고 재투자도 늘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하이엔드 전략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분야의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점도 기업의 이익률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패널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닌 국내 가전 업체들이 최근 교체주기를 맞은 TV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향후 이들 기술기업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여부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국 경기 반등에 따라 기업 이익 반등과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뉴딜 펀드에 포함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중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배터리 분야로 관심을 확대할 것을 조언했다.

한 헤드는 국내 기술주가 해외 기술주와 비교해 매력적인 투자처인지 묻는 질문에는 현실적인 답변을 내놨다. 같은 아시아 시장 내 중국과 한국이 비슷해지면서 국내 증시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다소 우려스런 부분이다. 한 헤드는 “비슷한 기업들이 상장된 상황에서 중국과 한국 경제를 비교했을 때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훨씬 높다는 점과 중국의 내수 시장이 훨씬 크다는 점은 중국 증시가 비교적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공매도 금지에 대한 평가도 덧붙였다. 그는 “공매도가 안 되면 시장이 100% 효율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가격이 올라가기가 쉬워진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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