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재원 전액 국채로 충당해야
연말 국가부채 850조, 채무율 44%
“본예산 위주 사회안전망 강화를”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둘째)가 6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당·정·청은 7조원 중반대 규모의 4차 추경 편성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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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속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실업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급으로 결정났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경 규모는 7조원 중반대로 윤곽이 잡혔다. 1차 재난지원금(14조3000억원)보다 액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차 추경은 피해 계층에 대한 충분한 지원, 사실상 전액 국채 발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7조원대 중반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보다 대상 인원은 줄이는 대신 1인 또는 가구당 지급액은 1차 때(가구당 최대 100만원)보다 올리는 방안이 당정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등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고려한다면 피해를 본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방향이 맞다”면서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전 국민 지급을 통한 대면 소비 촉진이 어려운 만큼 자영업, 소상공인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4차 추경 편성부터 집행까진 ‘속전속결’이 예상된다. 추석(10월 1일) 전 지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2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소상공인, 자영업자, 실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세제·금융·통신비·돌봄 등 맞춤형 추가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한 해 네 차례 추가로 예산을 짜는 건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추경이 법에 명시된 때가 62년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초다. 98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추경은 두 차례에 그쳤다.
선별 지원에도 불구하고 ‘나랏빚 폭탄’은 피할 수 없다. 7조원대 재원 전액을 빚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6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번 추경은 특징이 있다”며 “전액을 모두 국채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빚내서 쓰는 돈으로 매우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1~3차 추경만 반영해도 국가채무는 839조4000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3.5%에 이른다. 4차 추경으로 연말 국가채무는 840조원을 넘어 85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치솟는다. 이마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0.1% 성장을 기록한다는 기획재정부의 낙관적 예측에 기초한다. 코로나19 2차 확산은 아예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전망이다. 올해 성장률을 -1.3%(비관적 시나리오에선 -2.2%)로 하향조정한 한국은행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5%에 육박하게 된다. 2019년 37.2%였던 채무 비율이 1년 만에 약 7%포인트 급등하는 진기록이다. 나라 재정에 고삐가 풀렸다는 지적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굉장히 특수한 상황에 편성해야 할 추경을 지나치게 반복했다는 점이 문제”라며 “내년부턴 현금 보조, 추경은 최소화하고 본예산 중심으로 사회안전망 구축, 고용보험, 복지정책을 보강하는 식으로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반복되는 추경과 현금 보조 패턴이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국가부채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종=조현숙·김도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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