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레우와르덴 '레이지 레몬' 레스토랑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한국에서 영유아나 어린이 동반이 불가능한 '노키즈존' 카페와 업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 네덜란드는 키즈 웰컴 레스토랑이 대세다.
작은 공간이지만 대부분 레스토랑의 한편에 어린이들이 색칠놀이를 하거나 블럭놀이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갖춰져 있고, 차별화된 콘셉트로 아이들의 흥미를 잡아낸 것은 물론 어른들의 니즈까지 충족해 눈길을 끈다.
◇ 레스토랑 한편에 놀이 공간 마련…맘 편히 식사하는 부모들
"노키즈존이라뇨? 아마 네덜란드에서 그렇게 장사를 했다가는 고객은 한 명도 오지 않고 바로 망할 거예요. 노키즈존 레스토랑은 엄연한 어린이 차별 아닙니까?"
한국에 노키즈존 레스토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레이지 레몬'(Lazy Lemon) 레스토랑 주인 얀 킴스마는 믿기지 않는 듯 필자에게 재차 노키즈존 레스토랑이 사실이냐고 물어봤다.
네덜란드 북부 프리슬란드주 레우와르덴 시내 한복판에는 꽤나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눈길을 끄는 킴스마의 레스토랑이 있다. 새로운 메뉴가 자주 추가되고 최신 유행 음악이 흐르는 것도 매력이지만 젊은층보다 아이 부모들에게 더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다.
네덜란드 '레이지 레몬' 레스토랑 내부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킴스마는 레스토랑의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자연스러워야죠. 집에서 아이들이 똑바로 앉아서 식사만 하지는 않잖아요. 물론 우리는 넓은 공간을 가진 레스토랑이라서 어린이 놀이구역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작은 공간이라도 구석에 잠시라도 아이들이 장난감을 만질 공간이나 아니면 큰 종이에 색칠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모들은 잠시라도 맘 편히 식사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킴스마는 자신의 자녀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을 그대로 레스토랑에 가져왔고 안전 장치도 모두 손수 점검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공간에는 전선 하나 걸리지 않게 매립식으로 마감했고 아이들 손이 닿는 모서리는 부드럽게 처리했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은 식당 공간과 분리돼 있어 뜨거운 음식을 나르는 직원들과 부딪힐 걱정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구조가 설계돼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또 아빠들도 아이 기저귀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마련돼 있었다. 남성들의 육아 참여도가 높은 네덜란드에서는 많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빠들이 젖병을 데우는 등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 축사 개조한 친환경 카페…내부 곳곳 아이들 놀이터
네덜란드의 도시 외곽에는 농장 하우스나 동물 축사로 사용됐던 건물을 개조해 '어린이 친화적 공간'으로 만든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다.
네덜란드 남부 복스텔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어느 키즈 웰컴 패밀리 카페. 이곳에 도착하면 넓은 주차공간 뒤로 시원한 초록 풀밭에 놀이터가 보인다. 흥분한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낮추라고 주의를 주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레스토랑 내부는 구조가 특이했다.
고개를 들어 자연광이 그대로 비추는 지붕을 자세히 보니 소 축사로 사용하던 당시 목조 천장을 그대로 살렸다. 소에게 물을 주던 물 펌프는 아이들의 물놀이 공간으로 변신했고, 전체 공간의 바닥은 고운 모래를 깔아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도록 탈바꿈했다.
카페 내부 전체가 모래밭으로 이뤄져 아이들이 놀기 좋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무엇보다 가장 독특한 점은 '금 딱지 찾기 콘셉트'다. 이곳에 입장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는 모래밭에서 작은 금딱지를 찾는 미션이 주어진다. 워낙 인기 만점이라 네덜란드에서는 어린이들 생일파티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허름한 소쿠리를 하나씩 쥐고 입장과 동시에 모래밭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 작은 금딱지를 찾느라 분주하다. 아이들이 저마다 찾은 금딱지를 손에 쥐고 카운터에 가면 인심 좋은 직원이 저울에 달아 무게에 맞게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로 교환해준다.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안전요원은 물론 장난감도 필요 없다. 오직 모래밭과 가끔 플라스틱 모형으로 된 작은 금딱지를 뿌리러 돌아다니는 레스토랑 직원만 간간이 보일 뿐이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보채거나 같이 놀아 줄 필요가 없어 여유 있게 식사를 즐긴다.
애시당초 장난감이 없으니 아이들끼리 서로 싸움이 일어날 일도 없다. 오히려 아이들은 모형 금딱지를 못 찾은 아이에게 자기 것을 조금 나누어 주거나 서로 협동해 열심히 금딱지를 찾기도 했다.
금딱지 찾기가 시들해진 아이들은 소 여물을 주던 물펌프 아래에서 물장구를 치며 논다. 그러다 슬슬 배꼽시계가 울릴 즈음엔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친 부모들에게 간다. 다양한 채소와 통밀빵으로 구성된 어린이 메뉴로 식사를 마치면 색종이 오리기나 만들기 등 놀이도 할 수 있다.
물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레스토랑 내부 인테리어는 오래 전에 농장에서 쓰던 의자나 나무 식탁이 그대로 놓여 있어 다소 투박한 구석도 있지만 그만큼 친환경에 무공해 마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아침 일찍 입장해 해가 지도록 놀아도 누구 하나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문을 나서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표정은 모두 밝고 즐거워 보였다.
가족 모두 즐거워야 할 외식 공간, 조금씩 배려하고 이해하며 우리 모두의 공간으로 발전시켜보면 어떨까?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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