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낙동강 둑 붕괴하지 않았을 수도”
“차수벽 설치, 물관리 일원화해야”
섬진강 지류인 전북 남원에서 제방이 붕괴돼 물이 넘치고 있다. 전북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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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이어지는 폭우로 지난 8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의 섬진강 둑이 무너졌고, 다음날인 지난 9일엔 경남 창녕군 이방면의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둑이 무너졌다.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은 “섬진강에서도 4대강 사업을 했더라면 섬진강 둑이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반대하는 사람은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낙동강 둑 붕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대한하천학회 회장인 박창근(60)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10일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아 섬진강 둑이 무너졌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웃을 억지 주장이다. 낙동강 둑 붕괴사고는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섬진강 둑이 터진 것은 불어난 강물이 범람해서 터진 것이 아니고, 강물에 모래흙으로 이뤄진 둑 옆면이 깎여서 허물어진 것이다. 불어난 강물에 짧은 시간 잠겨있었다면 붕괴까지는 가지 않았겠지만, 이번엔 장기간 물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파이핑 현상도 장기간 발생했다”고 섬진강 둑 붕괴사고 원인을 설명했다. ‘파이핑 현상’은 물이 구조물의 약한 부분에 스며들어 구멍을 만들고 결국 구조물 전체를 무너뜨리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강바닥을 준설하고 보를 건설하는 4대강 사업을 섬진강에서도 했다면 둑 붕괴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까? 박 교수는 “섬진강까지 포함해 ‘5대강 사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둑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점은 상류이기 때문에 사업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상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한반도 대운하에 섬진강을 어떻게 연결하겠나? 섬진강을 4대강 사업에 포함시켰더라도 금강이나 영산강처럼 중류 아래쪽에서만 사업을 하고, 이번에 붕괴된 지점은 손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 이방면 합천창녕보 상류 250m 지점의 낙동강 본류 둑이 지난 9일 새벽 터져서, 관계당국이 긴급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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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낙동강 둑 붕괴사고 원인에 대해 “보를 건설하면 보를 경계로 상류와 하류에 낙차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보와 인접한 상류의 둑에 수압이 집중된다. 이번에 붕괴된 곳이 바로 그런 곳이다. 지난 9일 낙동강 둑은 강물 높이가 합천창녕보 계획홍수위(18.57m)까지 올라가지 않았는데 터졌다. (둑이 터진 9일 새벽 4시 합천창녕보 수위는 17.56m였다.) 합천창녕보 직상류의 둑이 수압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준설을 하고 보를 건설해서 ‘물그릇’을 키우면 홍수 예방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것은 정말 엉터리다. 4대강 사업으로 키운 물그릇은 태풍·홍수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을 만큼 작은 규모이다. 오히려 물을 오래 가둬 파이핑 현상만 장기간 진행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대책으로 ‘차수벽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이번에 붕괴된 섬진강과 낙동강 둑 모두 둑을 보강하는 차수벽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만약 차수벽이 있었다면 파이핑 현상을 더 길게 버틸 수 있었을 것이고, 수압도 더 견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우리는 ‘잠깐’ 홍수·태풍만 겪었다. 그러나 이번엔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기상이변인데, 앞으로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를 넘나드는 업무 조율은 매우 어려우며 효율성도 떨어진다. 홍수 등 재난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물관리 일원화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대한하천학회 회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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