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추모기고'에 '피해호소인' 지칭하며 애도
"교장이나 교감이 성희롱하면 그들 편에 서겠단 메시지"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 페북에서 비판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추행범과 그의 친구들’이란 글에서 조 교육감의 기고문을 언급하며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이 얼마나 사소하게 취급될 수 있고, 쉽게 침묵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공식적 발화행위”라며 “그 해악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권 박사는 또 “(조 교육감은) 학교의 안전과 교육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중요한 자리에 있는 공직자”라며 “그런 자리에 있는 교육감이 어마어마한 지위를 이용해서 오랫동안 성희롱을 자행한 ‘친구’의 업적을 기리며 공식적 애도를 했다. 학교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교장, 교감, 교사가 성희롱을 하면 그들의 편에 설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 13일 한겨레신문에 실린 ‘늘 부끄러움 안겨주던 40년 친구 박원순을 기억한다’는 제목의 추모 기고문에서 “오랜 벗 박원순이 허망하게 삶의 끈을 놓았다. 지켜온 신념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럽고 두려웠을 마음의 한 자락도 나누지 못하고 우리에게 회한만 남긴 채 떠나버렸다”고 썼다.
조 교육감은 기고문 전반에서 박 전 시장의 업적, 참여연대 시절 그와의 인연 등을 언급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1995년 서울대 신교수 사건,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을 집요하게 변론하며 전환적 판결을 이끌어냈던 인권변호사로서의 모습과 그와 상반되는 또 다른 모습이 한 인간에 공존한다는 모순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며 “그의 죽음을 보면서 내가 늘 ‘죽일 놈과 좋은 사람’이라는 이분법적인 인식틀에서 세상과 사람을 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문을 했다. (…) 그의 죽음은 나에게는 하나의 난제이다”라고 적었다.
조 교육감은 “나는 오랜 벗이자, 40년을 같이해온 동지로서, 형언할 수 없는 마음으로 모든 정념을 다해 내 친구를 애도한다”며 “부디 이 절절한 애도가 피해 호소인에 대한 비난이자 2차 가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 박사는 조 교육감의 기고문을 실은 한겨레신문에 대해서도 “한겨레신문사는 그 글에 지면을 할당함으로써 이 거대한 폭력에 가담했고, 폭력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언론사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썼다.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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