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부동산 폭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11% 올랐다”고 해 야당 의원들이 “집값 상승 폭을 축소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홍남기(뒤쪽) 경제부총리도 이날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도 부동산 관련 세금이 늘었다’는 야당 지적에 “주택 가격이 오르는데 (세금도) 오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했다. /연합뉴스 |
김 장관은 이날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얼마 올랐느냐'는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 질의에, "(한국)감정원 통계로 11%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서 의원은 "11퍼센트요?"라고 되물었고, 야당 의원석에선 "장난치지 말라"는 항의가 쏟아졌다. 김 장관이 실제와 동떨어진, 정부 측에 유리한 통계를 대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국토부 측은 "한국감정원의 지표 기준으로 서울 지역 전체 주택값은 2017년 5월에서 올해 5월까지 3년간 11.5%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 5월까지 53% 올랐다. 노무현 정부 때는 94% 올랐고, 이명박 정부 때 13%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는 상승률이 27%였다.
김 장관은 "우리 정부에서 과거 정부보다 올랐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폭등 원인으로 정부의 정책 실패 대신 '세계적 유동성 과잉'을 거론했다. 그는 "집값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동성 과잉 공급, 최저금리 지속이 있어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전(前) 정부 때 (주택) 인허가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과거 정권 탓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1주택자도 세금이 늘었다'는 지적에 "정부가 일부러 세금을 올렸다면 지적할 수 있지만, (1주택자라도) 주택 가격이 오르는데 (세금도) 오를 수밖에 없지 않으냐. 3억원 하던 주택이 4억, 5억원이 된다면 세금이…(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받아쳤다. 야당 의원석에선 "공시지가 끌어올려 세금 때리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한국처럼 부동산 대출을 관리하는 경우는 전 세계에 없다"며 "주택담보대출 총량제를 실시해 은행이 심사하고 자율적으로 대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은행에 맡기기엔 부작용이 크다"며 난색을 보였다. 김 장관은 이날 '김현미 장관 말 안 들었으면 쉽게 몇억 벌 수 있었다는 말이 인터넷에 떠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집값이 올라 젊은 세대 등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퇴 의사를 묻자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했다.
☞김현미 장관이 말한 '11%' 근거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말한 '집값 상승률 11%'는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이다.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3년간 서울의 아파트·연립·단독 등 모든 주택 가격 상승을 평균 낸 것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선호도가 극히 떨어지는 주택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실수요자들이 사고 싶어하는 아파트값의 움직임은 전혀 다르다. 민간 조사 기관인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중위가격' 통계 기준으론 서울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53% 오른 것으로 나온다. 서울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아파트의 가격이 이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아파트값의 양극화를 감안하면, 중위가격이 아파트값 상승을 현실적으로 더 잘 반영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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