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주택공급 부족 문제 두고 “재건축·재개발 완화 카드 검토해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핌 |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최근 제기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론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김현미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수많은 대책에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문제에 대해 "집값이 오름으로 인해 젊은 세대와 시장의 많은 분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많은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에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나'는 질문에 "저는 절대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답했다.
◇ 김현미, 부동산 불안 원인으로 ‘세계적인 자금 유동성 과잉’ 지목
김 장관은 부동산 불안이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과잉으로 공급되고 최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상승 국면을 막아내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김 장관이 말한 ‘유동성이 과잉됐다’란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이 높은 자산, 특히 통화(현금통화와 예금통화)의 공급이 수요를 상회하는 상태를 말한다.
유동성 과잉상태에서는 기업의 자금이 부동산투기나 주식투기, 상품매점 등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 김 장관을 비롯한 당정은 작금의 부동산 과열이 이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로 인해 천문학적인 유동성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은 올해에만 1조 달러에 이르는 돈을 시중에 풀고 있으며, 일본 역시 두 차례에 걸쳐 230조 엔 규모의 슈퍼 경제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자, 이러한 자금들이 증시나 부동산 등으로 유입되며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는 위기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더 이상 부동산 규제책이 힘을 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저금리 기조 장기화가 부동산 불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낮을 때는 은행에 예금을 하면 수익도 낮기 때문에 은행에 예금할 자금이 부동산 투자로 몰릴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은행의 대출금리가 낮을 때는 대출을 받더라도 그만큼 이자부담이 적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정리하자면 전 세계적 경제 위기로 과잉유동성이 커진데다,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돼 현재의 부동산 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의 수요 역시 줄지 않으면서 우상향하는 집값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도심 유휴공간 개발 차원에서 8천가구의 아파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용산역 정비창 일대./ 자료=국토교통부 |
◇ 전문가들, 주택공급 부족 문제 두고 “재건축·재개발 완화 카드 검토해야”
이처럼 악화되는 시장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급대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복수의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로서는 정부가 뾰족한 대규모 공급책을 당장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공급 부족 문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지난 3년 동안 인허가, 착공 물량이 많게는 70%, 적게는 20%로 과거 대비 많았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인 2014년, 2015년 인허가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현재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된다는 요지다.
그는 "공급에는 시차가 있고, 지금 인허가 나는 것은 5년~7년 뒤에 공급이 된다"며 "정부 출범 때부터 2021년 물량은 적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했다"며 "2022년에는 5만 가구가 돼 다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주택공급 T/F를 통해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3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 등 고밀개발 규제 완화 ▲도심 유휴부지 활용을 통한 수도권 택지 발굴 ▲청와대·국회 등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의 대책 등이 업계 사이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 또한 폭증하는 주택 수요를 채우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단의 과실’처럼 여기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 핵심 입지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규제 완화로 인한 주변 집값 상승이나 개발이익 등은 철저히 환수해 부당한 이익을 막고 이를 서민 임대 주택 등 복지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단적으로 말해 지금 정부의 임기 내에 집값을 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그렇다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집값이 잡히도록 지금은 여러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현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라고 꼬집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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