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센카쿠는 미일방위조약대상" 재확인
2010년, 2012년 처럼 충돌 가능성 대두
2012년 8월 15일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충돌을 보도한 조선일보 1면. 일본의 해양순시선이 중국인이 타고 온 선박을 양측에서 가로막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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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경선 100일 연속 센카쿠 출몰
일본 언론에 따르면 22일로 일본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의 접속수역에 중국 해경국 선박이 100일 연속 진입했다. 특히 중국 해경국 선박 4척 중 한 척은 기관포로 보이는 무기를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서 중국의 공선이 100일 연속 확인된 것은 이번은 처음이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에 이례적으로 100일 연속 출현, 주변을 맴도는 것은 언제든 ‘도발’할 것이라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대두 중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2일 “(이번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긴장감을 갖고 경계 감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센카쿠 문제는 일본의 우(右)편향 신문만 무게를 둬서 제기해왔다. 그러나 23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이를 중요하게 다룰 정도로 일본 측은 이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이 진입시키고 있는 공선에는 3000t급 이상 대형 선박이 눈에 띈다고 했다. 기관포를 탑재한 배도 있어서 일본 해상 보안청 순시선에 큰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7월 초순에는 중국 공선이 30시간 넘게 일본 영해를 항해하며 일본 어선에 접근하기도 했다.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직접 맞부딪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미국이 ‘보호국’으로 나선 센카쿠 열도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중국 공선이 센카쿠 열도에 계속해서 출현하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센카쿠 열도는 ①미국의 대응 태세를 시험해보고 ②일본의 주장을 약화시키며 ③중국인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2010년, 2012년 상황보다 심각할 수도
최근의 상황은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충돌했던 상황을 상기시키고 있다. 2012년 8월 15일 센카쿠 열도에서 벌어진 일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은 동북아를 긴장시켰다.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의 중국인을 태운 선박을 양쪽에서 찌그러트리는 듯한 사진이었다. 당시 홍콩 '댜오위다오 보호행동위원회' 활동가들을 태운 치펑(啓豊) 2호는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견제를 뚫고 센카쿠 열도에 접근, 활동가 7명이 상륙했다. 일본 당국은 이들을 포함, 14명을 체포하고, 청융화(程永華) 중국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댜오위다오에 상륙한 중국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 사진 한장의 힘은 컸다.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와 더불어 이 사건은 중국인을 한순간에 결집시켰다. 이후 중일관계는 2018년 아베 신조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할 때까지 긴장된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10년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센카쿠 열도의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중국 국적의 선박을 발견,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중국 선박이 이를 무시하고 조업을 계속하자 일본측은 고의로 충돌, 파손시켰다. 일본 정부는 중국 선박의 선장을 공무 집행 방해로 체포, 연행했다. 중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 기소키로 하고 구류연장했다.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본측은 선장을 추방함으로써 일단락됐다. 만약 올해 중일이 충돌한다면, 이번에는 중국의 공선이 동원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 미국도 심각하게 인식하며 ‘폼페이오 선언’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센카쿠 열도를 비롯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대해 “완전히 불법”이라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지배하려고 (이 지역의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전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해양 제국처럼 다루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더 깊이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폼페이오 선언’ 직후, 미국은 일본 호주와 남중국해와 미국령 괌 주변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에는 영향 없을까
중국이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면, 그다음 목표는 서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중국은 제주도 남단 마라도로부터 149㎞ 떨어진 곳에 있는 이어도를 관할 해역으로 규정해 정기 순찰 대상에 포함시켜 놓고 있다. 이어도는 국제법의 어떤 규정을 적용해도 우리나라의 관할 수역 안에 존재하지만 중국은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巖礁)로 부르며 중국의 해구에 속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우리 정부는 1990년대 김시중 과학기술처 장관의 결정으로 이어도 종합 해양과학기지 건설에 착수, 2003년 완공했다. 중국은 이에 항의하는 차원을 넘어서 정기적인 순찰 대상에 포함 시켜서 우리나라와 충돌도 불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 틈이 보이거나 한미동맹이 약화되면 ‘해양굴기’를 부르짖는 중국이 언제든지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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