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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연수원 동기가 재판 맡아도 되나? '이재명 재판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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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재명 경기지사/연합뉴스


“앞으로는 연수원 동기가 피고인으로 들어와도 그대로 재판해도 되는 건지..”

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판부 구성을 두고 판사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김재형, 민유숙 대법관이 재판부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표결에는 과거 이 지사 변호인을 맡은 전력 때문에 스스로 사건을 회피한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이 참여했다. 그중 두 명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것이다.

이번 재판부 구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하급심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 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법관과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의 선임으로 재판 공정성에 대한 오해 우려가 있을 경우 재판장이 사건 재배당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사법연수원 동기, 고교 동문 등은 대표적으로 ‘연고관계’로 꼽힌다. 작년 6월 수원고법 형사 1부(재판장 노경필)에 배당됐던 이 지사 2심도 변호인단 중 한 명이 재판부 중 한 명과 사법연수원 동기여서 형사 2부(재판장 임상기)로 재배당됐다.

이처럼 변호인과 법관의 연고관계를 이유로 재배당도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재판 당사자와 법관과의 연고관계는 당연히 문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고위 법관은 “사법연수원 동기가 피고인으로 들어온다면 담당 판사로서는 당연히 재판을 회피하는 게 맞고, 예규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그렇게 해 왔다”고 했다.

사법연수원 동기생들끼리는 수업도 같이 듣고 체육대회, 수련회 등으로 친목을 다질 계기가 많다. 이 지사 등이 소속된 18기는 총 300명이다. 기수당 1000명씩 배출되던 2000년대보다 동기생들끼리 더 끈끈하다. 사법연수원 15기의 한 법조인은 “우리도 한 기수 300명 세대인데, 단체 카톡방을 운영하는 등으로 친밀하게 지낸다”고 했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이유로 배당에서 제외하거나 회피, 기피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일선 재판부와는 달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른 재판부에 배당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동기가 피고인이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한 판사는 “대법관 일부가 빠지더라도 재판부 구성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김선수 대법관이 빠진 채로 재판부가 구성됐다”고 반박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권순일 대법관이 참여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이 지사 사건은 선거법 위반 여부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선거법 위반을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기관의 수장이 사건 심리에 참여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위법은 아니더라도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반(半)표 차이로 결과가 갈렸기 때문이다.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1명이 심리와 표결에 참여했고 표결 결과는 6(무죄):5(유죄)였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다수의견에 표를 보태 최종결과는 7:5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지사 사법연수원 동기인 민유숙, 김재형 대법관, 중앙선관위장인 권순일 대법관은 모두 다수의견 편에 섰다. 이들의 판단이 이 지사와의 연고관계와 무관하더라도, 결과만 놓고 보면 이들이 재판부에서 빠졌다면 결과가 뒤집혔을 상황이었다.

대법원의 ‘생중계’도 뒷말을 낳고 있다. 이날 선고는 유튜브와 TV로 생중계됐다. 그간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선고공판 외에는 정치인 사건이 생중계된 전례가 거의 없었다. 한 판사는 “대법원이 유력 대권주자인 이 지사에 대한 ‘아부성’방송까지 하면서 이럴 필요가 있나 싶다”며 “민감한 사건일수록 기존 관행대로 무난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생중계 사실까지 미리 고지하고 ‘쇼’를 하는 것을 보면 정말 판사로서 창피하다”고 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결국 ‘토론회에서의 거짓말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는 다수의견의 무리한 법률해석 때문에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고, 하급심에서도 승복이 어려운 것”이라며 “ 특정인을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갖고 이뤄진 ‘원 포인트 사법’의 결정판”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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