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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이규탁의 팝 월드] 피자 끼워파는 음반 빌보드서 퇴출 "음악의 순수한 힘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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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피자 업체와 공동 마케팅을 벌였던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파파존스


최근 미(美) 빌보드가 음반 차트를 산정할 때 '번들(bundle) 음반' 판매량은 반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번들 음반이란 다양한 물건들을 음반에 끼워 파는 일종의 '묶음 판매' 방식. 테일러 스위프트, DJ 칼리드, 트래비스 스콧 같은 미국 인기 가수들이 티셔츠나 콘서트 표는 물론, 피자나 에너지 음료까지 묶어서 번들 음반으로 팔았다. 이쯤 되면 음반을 사면 피자를 주는 건지, 피자를 사면 사은품으로 음반을 주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일부 K팝 그룹도 비슷한 전략으로 빌보드 차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사실 온라인 스트리밍은 가수와 음반사에 큰 수익이 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실물 음반(CD)은 과거에 비해 그 중요성이 감소했지만 비교적 높은 이윤을 안겨준다. 게다가 빌보드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 홍보 효과도 크다.

이런 효과 때문에 빌보드의 음반뿐 아니라 히트곡 순위인 싱글 차트(HOT 100)를 둘러싸고도 심심치 않게 논란이 불거진다. 싸이의 2012년 히트곡 '강남스타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전까지 빌보드 싱글 차트는 싱글 음반 판매량과 라디오 방송 횟수를 합산해서 차트를 산정했다. 하지만 당시 떠오르던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반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남스타일'은 1위에 오르지 못한 채 최고 2위에 그쳤다. 이로 인해 싱글 차트 순위가 곡의 실제 인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이듬해부터 유튜브 조회 수가 산정 기준으로 추가됐다.

최근 온라인 화제를 노리는 가수들이 의존하는 소셜 미디어는 15초에서 1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을 찍어서 공유하는 틱톡(TikTok)이다. 특히 음악에 맞춰서 특정한 춤 동작을 따라 하는 영상을 올리는 '댄스 챌린지(dance challenge)'를 틱톡에서 자주 본다. 지난해 빌보드 싱글차트 19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역대 최장 기간 1위 기록을 세운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도 댄스 챌린지의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디지털의 등장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음악을 만들고 즐기는 방식을 바꾼다. 거기에 따라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되고 음악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한 현상을 보면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30초짜리 춤도 좋고, 피자 한 판을 사면 음반을 주는 것도 좋지만, 마케팅이 아니라 음악 자체의 힘으로 감동을 주고 공감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시대에 역행하는 바람일까.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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