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광주 미투사건’ 교사 5명, 항소심서도 벌금형…“치마 짧다” 발언은 무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광주고법, '광주 스쿨미투' 5명 벌금형

여학생 등 쓰다듬고 속옷 끈 만진 혐의

재판부 "사회·윤리적 비난 매우 크다"

"단추 풀려" "치마 짧다" 발언은 무죄

"부적절하지만 훈육 수위·반복성 고려"

중앙일보

성폭력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고에서 제자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희롱한 이른바 '광주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5명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교복 단추가 풀리거나 치마가 짧은 학생들을 지적하며 "이러면 남자 친구가 좋아하느냐" "넘어질 때 속옷 보인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부적절한 언사는 맞지만, 훈육 수위와 반복성 등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김태호)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60) 등 교사 7명의 항소심에서 A씨 등 5명에게 1심과 같은 각각 벌금 500만∼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한 5명 중 4명에 대해서는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로 적절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취업제한 명령은 면제했다. 나머지 교사 2명은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A씨 등 4명은 2016∼2018년 재직 중이던 광주 모 여고에서 제자 수십 명을 추행하거나 희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여학생의 등을 쓰다듬으며 속옷 끈을 만지거나 손에 깍지를 끼는 방식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B씨(59)는 2017년 9월부터 10월까지 "청소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고 손바닥으로 등을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지각한 학생의 머리채를 움켜쥐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지도해야 할 교사들이 청소년인 피해자들을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고 사회·윤리적 비난 가능성도 크다"며 "다만 추행이나 신체적 학대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추행은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발언 가운데 일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훈육 과정에서 자주 일어날 수 있어 수위와 반복성 등을 토대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교복 단추가 풀린 점을 지적하며 "이러면 남자 친구가 좋아하느냐"고 한 발언이나 "치마가 짧다. 언덕 내려가다 넘어질 때 속옷 보인다"고 한 발언은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아동 훈육·지도 중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을 무조건 정서적 학대로 판단하면 교사의 부적절한 언사가 문제될 때마다 도덕적 비난이나 교내 징계를 넘어 형사적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어 그 적용을 신중히 해야 한다"며 해당 발언을 무죄로 판단했었다. 그러면서 "가학적이거나 발언 수준 자체가 사회적·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반복적으로 그 행위가 이뤄져 피해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칠 위험성이 인정돼야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해당 여고에 재직하던 다른 교사 2명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파면됐다. 이를 계기로 광주시교육청은 전수조사에 나서 해당 학교 학생 180여 명으로부터 "교사들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피해 학생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학교 남자 교사의 절반에 달하는 19명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학교 측은 이들을 징계 조치했다.

광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