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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10년 전 카레 노래가 인종차별?…논란 끊이지 않는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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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 유튜브 예능서 부른 ‘카레’

인도 비하 지적에 원곡자 노라조 사과

블랙핑크 뮤비도 힌두교 신 부분 삭제

“전 세계서 듣는 음악, 감수성 키워야”

중앙일보

노라조가 2010년 발표한 ‘카레’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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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을 둘러싼 인종 차별 및 타문화 비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K팝 팬덤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해외 팬들이 자국 문화를 전형적으로 묘사하거나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는 탓이다. 특히 해외 팬덤이 큰 아이돌 그룹일수록 파급력이 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가며 문화 간 논쟁으로 번지면서 K팝 전반에서 타문화 감수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것은 남성 듀오 노라조의 ‘카레’다. 2010년 발표한 4집 ‘환골탈태’ 수록곡이지만 지난 13일 보이그룹 세븐틴이 영상 ‘고잉세븐틴’에서 ‘카레’를 부르는 모습이 유튜브로 공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오디션 콘셉트로 각자 준비해온 장기자랑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짧게 지나갔지만, 이후 “노랗고 매콤하고 향기롭지는 않지만 타지마할”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 “샨티 샨티요가 화이야” 등 가사를 두고 일부 해외 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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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의 자체 제작 예능 ‘고잉 세븐틴’에서 노라조의 ‘카레’를 부르는 모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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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등에서는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곡에서 인도인은 카레와 요가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극도로 인종차별적인 묘사”라는 지적과 “전반적으로 개그 코드가 깔려 있는 곡으로 위협이나 비난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옹호 의견이 맞섰다. 하지만 인도의 신 가네쉬를 찬양하는 단어인 ‘샨티’나 인도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타지마할’ 등을 희화화하고 모욕했다는 의견이 잇따르면서 세븐틴과 노라조에 사과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노라조의 조빈은 15일 SNS를 통해 “인도 본고장 느낌을 내기 위해 사용한 몇가지의 단어가 그 말을 사용하는 나라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쓰이고 또 얼마나 신성한 말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분명한 저희의 실수”라며 “마음 상하셨을 남아시아와 인도에 계시는 많은 분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 카레는 누가 먹어도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란 걸 즐겁게 알리고 싶었다”며 “진정코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소중한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깎아내리려는 마음으로 만든 노래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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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 인도 힌두교 신 가네샤가 삭제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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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가네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인도 팬들이 “우리의 힌두교 신은 대중음악 뮤직비디오에 등장할 장난감이나 받침대, 미학적 조형물이 아니다”라며 신성한 종교적 상징물이 바닥에 방치되듯 놓여있는 모습을 문제 삼았다. 이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며 뮤직비디오에서 관련 이미지를 삭제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이제 한국 음악이 한국 내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동시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상호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소 일본 문화 애호가로 알려진 캐나다 출신 에이브릴 라빈이 일본 요소를 적극 차용한 ‘헬로 키티’(2014)라는 곡을 발표했을 때 일본 팬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단순하게 비주얼 요소로 접근할 게 아니라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수반돼야 여러 문화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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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캐나다 가수 에이브릴 라빈이 발표한 ‘헬로키티’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일각에서는 해외 팬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요구가 문화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입장, 즉 가해자보다는 피해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단일민족 프레임에 갇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한국 문화가 빠르게 개방되면서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라며 “문제가 된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동시에 관련 교육이 병행된다면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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