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동상 철거 결정에 찬반 논란
충북도 “기념사업 등 예우 자격없다”
보수단체 “관광자원일 뿐 예우 무관”
5·18단체 “군사반란자 동상 없애야”
충북도는 2015년 1월 청남대에 전두환(왼쪽)·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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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옛 대통령별장인 청남대 안에 설치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기로 하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충북도는 두 전직 대통령이 과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법률상 기념사업 등 예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철거를 결정했다. 보수단체는 “충북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청남대 명소화 사업으로 동상을 세워놓고, 특정 단체 요구에 등 떠밀리듯 동상을 없애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청남대 관리사업소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위한 ‘충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이 통과되는 대로 철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상식 충북도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이 조례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과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 기념사업을 중단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1983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에 건설된 청남대는 2003년 4월 관리권이 충북도에 넘어오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청남대에는 2015년 1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등 모두 10명의 역대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전두환 대통령길(1.5㎞), 노태우 대통령길(2㎞), 김영삼 대통령길(1㎞), 김대중 대통령길(2.5㎞), 노무현 대통령길(1㎞), 이명박 대통령길(3.1㎞) 등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역대 대통령 이름을 딴 산책로 6곳도 만들었다.
충북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이시종 충북지사를 만나 “전두환은 5공 비리와 5·18 광주시민 학살의 책임으로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 처벌을 받은 중죄자며, 노태우는 쿠데타의 공범”이라며 “군사 반란자들을 기념하는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철거하고 대통령 길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충북도는 이튿날 충북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도정자문단 등 13명과 회의를 열어 전·노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는 물론 이들 이름을 딴 대통령길 이름을 없애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자문단은 동상 철거의 근거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내세웠다. 이 법 7조 2항에 따르면 재직 중 탄핵을 당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외국 도피나 국적을 상실할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법률은 동상 철거의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 범위에 동상 건립과 철거에 관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의회는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의 범위와 대상을 정한 ‘충청북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발의해 철거 명분을 만들어줬다.
보수단체는 도의회의 조례안은 물론 동상 철거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재수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대표는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립된 것이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기념사업과는 거리가 멀다”며 “동상을 철거한다고 해서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는 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동상을 세울 때는 이들 전직 대통령이 과거 무엇을 했는지 몰랐던 것이냐”며 “한 개를 만드는 데 1억4000여 만원이 든 동상을 철거하는 것은 예산 낭비 소지도 있다”고 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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