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이런 유행 처음" 사망자까지 나왔다…5만명 당한 '트윈데믹' 정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9월 24일 서울의 한 어린이병원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과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백일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 호흡기 감염병의 이례적인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백일해의 경우 영아가 감염되면 사망에 이를 위험성도 있는 만큼, 12세 이하의 접종 대상자뿐 아니라 아이와 접촉하는 성인들의 백신 접종과 예방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지난 4일 국내에서 첫 사망 사례가 발생한 백일해는 올해 총 3만2620명(지난 9일 기준)의 환자가 발생해, 지난해(292명) 대비 111배 폭증했다. 지난 10년간 환자 발생 추이를 봐도 2018년 980명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였고 2020년 123명, 2021년 21명, 2022년 31명 등으로 발생률이 낮아, 올해의 유행세는 유독 이례적이다.

올해 발생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13~19세가 1만4695명(45%)으로 가장 많고, 7~12세가 1만3768명(42.2%) 발생해 7~19세 학령기 소아‧청소년이 87.2%를 차지하고 있다. 0~6세 환자 수는 1136명(3.5%)으로 8월 이후 증가세이며, 1세 미만 영아에서도 10월 말 이후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도 8월 중순 한주에 입원환자가 1181명 발생하는 등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듯했으나, 10월 마지막주 810명에서 11월 첫째주 968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2세 이하(1만6770명)가 올해 전체 입원환자(2만3625명)의 71%를 차지해, 역시 학령기 아동을 중심으로 확산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여러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는 건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으면서, 이들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백일해가 먼저 유행한 해외와 여행 등으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에도 유행이 도달한 측면도 있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또 과거보다 적극적인 검사와 진단이 이뤄져 숨어있던 환자가 더 많이 집계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까지는 백일해가 크게 유행한 적이 없어 진단도 잘 이뤄지지 않았는데, 올해는 학교를 중심으로 환자가 나오면서 검사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예전엔 그냥 감기인 줄 알고 지나갔을 환자들도 진단을 받게 되면서 숫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일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이 가장 강조된다. 특히 기초접종(생후 2‧4‧6개월) 이전인 0세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 3기(27~36주) 임신부가 예방접종을 맞는 게 필수적이다. 또 영아를 돌보는 가족, 조부모, 돌보미 등도 아이와 접촉하기 2주 전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생후 2개월부터 12세까지 이어지는 1~6차 표준예방접종 일정을 놓치지 않고 맞는 것도 중요하다. 이재갑 교수는 “4~6세에 5차 접종을 하면 7년여 후인 11~12세에 6차 접종을 하게 되는데, 6차 접종률이 5차보다 다소 떨어진다”며 “이때 예방접종을 안 했던 청소년들이 지금 많이 감염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방 백신이 없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막으려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의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 진단이 늦어지면 중증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마이코플라스 폐렴은 심근염 등 호흡기 외 증상이 나타나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의료현장에서 검사를 좀 더 선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함께 합동 대책반을 지난 19일부터 가동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의 호흡기 감염병의 동절기 유행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백일해 환자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임신부 백일해 예방접종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포함 가능성을 검토하고, 항생제 내성과 국내 유행 병원체 특성 파악을 위한 유전자 분석도 시행한다. 영아 등 고위험군 접촉자에게 사용이 권고되는 백일해 예방적 항생제는 현재 전액 본인 부담하는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고위험군에 대한 집중적인 보호를 위해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백일해와 같은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에 보다 적극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