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로 데이터를 정교하게 연구하고 또 튜닝(tuning·조정)합니다.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이 일종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라인웹툰을 포함한 네이버웹툰 서비스의 성장 뒤에는 90년대생 개발자들이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 5월 웹툰 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반 콘텐트 추천 시스템인 '에어스(AiRS)'를 적용하면서 웹툰 소비량과 이용자 방문률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에어스는 네이버와 라인의 각종 뉴스·영상 서비스에 골고루 들어간다. 이 기술을 웹툰에 최적화시켜 적용하는 프로젝트는 각각 4년차, 3년차 개발자인 이진서(29)씨와 조사라(26)씨가 맡아서 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이들을 만났다.
네이버가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라인웹툰'의 성장 뒤에는 90년대생 개발자들이 있었다. 이진서(29, 왼쪽)씨와 조사라(26)씨는 라인웹툰에 인공지능(AI) 기술 '에어스(AiRS)'를 적용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씨는 "개발자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팀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게 얼마든지 지원해준다"며 "연차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고 싶은 일을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씨는 KAIST 전산학부 석사, 조씨는 숙명여대 IT공학과를 졸업한 주니어 개발자다. 이씨는 대학원에서 추천 시스템 개발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입사 후 네이버와 라인에서 서비스하는 웹툰·뉴스 서비스에 들어가는 추천 기능을 주로 담당해왔다. 조씨는 네이버가 예비 개발자(대학생)를 위해 여는 해커톤(개발자 대회) '핵데이'를 통해 입사한 케이스다. 핵데이에서 인턴으로 선발된 조씨는 "추천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끌려서 현재 부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이 앞으로 자신이 일할 팀을 결정하는 것도 흔치않은 일이다.
웹툰에 적용되는 AI 기반 추천 기능은 다른 AI와 어떻게 다를까. 로맨스 장르를 즐겨 보는 소비자에게 또다른 로맨스 웹툰을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닐까. 이씨는 "그냥 추천하는 것과 더 잘 추천하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판타지 로맨스물을 추천하면 싫어해요. 어떤 장르를 더 좋아할지, 어떤 작품을 먼저 선택할지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웹툰에 적용된 에어스 기술은 이용자가 최근에 본 작품, 시간, 장르 소비 분포 등을 고루 분석한다. 어떤 작품을 오래 봤는지, '구독' 버튼까지 누른 작품은 무엇인지, 자주 결제한 작품은 무엇인지도 에어스가 분석하는 대상이다. 이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어스가 이용자를 '취향저격' 할 수 있는 웹툰을 골라주는 것이다.
라인웹툰에 적용된 '당신을 위한 추천' 기능. 네이버웹툰 측은 "두 가지 추천 기능 덕분에 북미 지역에서 라인웹툰은 1인당 소비량이 30%, 재방문률은 10% 증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라인웹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웹툰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온보딩'(onboarding·적응)이라는 기능을 먼저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신규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장르와 그림체를 선택하면 이를 바탕으로 개인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라인웹툰에서는 '당신을 위한 추천'(recommendations for you)이라는 이름으로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웹툰을 추천해준다.
아직은 인기가 없지만 앞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이용자에게 거부감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추천하는 것도 AI의 능력이다. 조씨는 "이용자가 좋아하는 웹툰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면 잘 끼워넣는 것도 하나의 비법"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작품들도 계속 발굴하고 또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라인웹툰은 지난해 5월과 6월에 각각 적용한 '온보딩'과 '당신을 위한 추천' 기능 덕분에 크게 성장했다. 라인웹툰에서 볼 수 있는 콘텐트양도 늘었지만, AI 추천 기술 덕분에 이용자들에게 적재적소의 작품이 전달된 게 주효했다.
네이버웹툰의 박지은 리더(글로벌 플랫폼 담당)는 "두 가지 추천 기능 덕분에 북미에서 라인웹툰 1인당 소비량이 30%, 재방문률도 10% 증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직 연차가 어린 '주니어 개발자' 두 사람이 '웹툰 프로젝트'를 맡게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사람 다 웹툰을 평소에 자주 보는 소비자였다. 이씨는 "새로운 업무가 팀에 내려왔을 때 하고 싶은 사람을 찾지, 연차를 기준으로 '몇 년차 이하 직원은 안 된다'와 같은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개발자 본인이 의지만 있다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팀 내에서 얼마든지 지원해주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조씨는 "웹툰을 이미 좋아하고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비스를 위해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며 "내가 작업한 업무를 다른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피드백해주는 분위기라서 부담없이 지금 업무를 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이가 가장 어린 축에 속하지만 부서의 다른 선배 직원들도 다같은 동료다. "입사했을 때부터 '님' 호칭을 쓰는 문화여서 회사에서도 자유롭고 편안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주40시간 근무시간 중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분위기도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였다고 한다.
이씨는 "내년이면 30대가 되는데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젊은 소비자들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맡고 추천 기능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사용자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씨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비지니스는 세상을 더 합리적·효율적으로 돌아가게 만든다"며 "내가 만드는 기능이 세상의 변화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