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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더운바다·찬공기·강풍의 폭설 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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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바다, 차가운 공기, 강풍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27일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27일 0시부터 서울 대표 관측소(송월동)에 내려 쌓인 눈은 오후 3시 17.2㎝(일최심 신적설)를 기록했다. 이 지점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11월 하루 적설 최고치다. 종전 최고 기록은 66년 11월 20일 쌓인 9.5㎝로 11월에 10㎝ 넘게 눈이 쌓인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전날부터 내린 눈까지 쌓여 누적된 적설(일최심 적설)은 오후 3시 18㎝로, 이 기준으로도 종전 최고 기록(72년 11월 28일 12.4㎝)을 넘어섰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눈은 27일 오후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지만, 저녁부터 다시 서해상에서 발달한 구름대가 유입되면서 강한 눈이 내릴 것으로 예고됐다. 기상청은 “28일 오전까지 중부지방과 전라 동부 내륙, 경북 내륙, 경남 서부 내륙에 시간당 1~3㎝, 일부 지역은 5㎝ 내외의 강하고 무거운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28일까지 서울에는 3~8㎝, 많은 곳은 10㎝ 이상의 눈이 더 내려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남부에는 최대 25㎝의 폭설이 예고됐다.

11월의 이례적 폭설에 대해 기상청은 높은 해기차(해수면 온도와 기온 차이)로 많은 강수(비 또는 눈)를 동반한 비구름이 형성된 데다, 밤사이 지표면 기온도 급격히 떨어지면서 비가 아닌 눈이 내려 쌓인 것으로 분석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영하 40도 이하의 절리 저기압이 한반도 위에서 회전하면서 한기가 내려왔고, 찬 공기가 평년보다 따뜻한 서해로 내려앉으면서 눈구름이 발달했다”며 “서해가 평년보다 따뜻해 수증기가 활발하게 공급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는 15~20도 사이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반면, 북쪽에서 내려온 공기는 영하 40도 이하로 매우 낮다.

지난 26일부터 전국에 불고 있는 강풍도 ‘역대급 눈’을 내리게 한 요인이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강풍이 육지로 들어온 눈구름을 폭발적으로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눈은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철 강수량의 예고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극지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한편 겨울철 우리나라 주변 해수 온도는 평년보다 높다 보니 서해에서 이번처럼 강력한 구름이 자주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북극 한기를 가두는) 제트기류가 중위도까지 내려와 추운 공기가 겨울철에 내려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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