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일반 병사 100배 벌고 사치스러웠다" 혐한 주입한 日 기업에 배상 판결

일본 오사카지방법원이 지난 2일 선고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판결문에 후지주택이 사내에 배포한 문서. '자이니치(在日, 재일한국·조선인을 의미)는 죽어라(위쪽 빨간 표시)', '종군 위안부 강제연행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며 실제는 종군위안부라는 것은 급여가 높은 전시 매춘부다(아래쪽 빨간 표시)'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연합뉴스

일본의 한 부동산 기업이 "한국은 영원히 날조하는 국가", "자이니치(在日 재일한국, 조선인)는 죽어라" 등의 내용이 담긴 혐한 문서를 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이런 내용을 주입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법원은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은 직원에게 회사 측이 1200여만원을 배상하고 변호사 비용도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직원 수 1000여명으로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인 후지주택은 2013~2015년 임직원들에게 한국에 대한 혐오 감정을 조장하고 식민 지배와 전쟁에 대한 반성을 부정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배포했다.

해당 문서에는 한국인을 '거짓말쟁이', '야생동물' 등으로 모욕하는 잡지와 인터넷 기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한국의 교활함이나 비열함, 거짓말 행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담긴 포털사이트의 글이나 "거짓말도 100번 말하면 진짜가 된다'고 믿고 있는 국민이다"는 등의 발언이 담긴 인터뷰 기사도 문서 형태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은 강제적으로 위안부를 납치해 그런 직업에 종사하겠다고 비판받고 있지만,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돌렸다. "그녀들의 생활 모습은 사치스럽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군이 조사한 위안부들의 본인 자신의 이유(빈곤 등)에 의해 위안소에 들어와 한 달에 1천∼2천엔(일반 병사 월급과 비교해도 100배 이상의 고액)을 벌었다"는 설명을 붙여 배포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후지주택 직원이었던 재일 한국인 3세인 한 여성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소송을 제기한 뒤 5년만에 결과가 나오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이 여성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재일’(재일 한국인·조선인)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일본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싸웠다”며 “자식에게 증오와 편견에 굴복해 침묵하는 미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지난 2일 "한국 국적이나 민족적 뿌리를 가진 입장에서는 현저하게 모욕을 느끼게 하고 명예 감정을 해치는 것"이라며 "현저한 혐오 감정을 가지고 있는 피고(후지주택 및 후지주택 회장)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할만한 것"이라고 했다. 후지주택과 이마이 미쓰오 후지주택 회장에 “사회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었다”며 110만엔(1228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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